6·13 지방선거가 끝나자 지방선거용 홍보 현수막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당선사례와 낙선사례 현수막이 들어섰다.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유권자에 대한 감사의 뜻을 모두 담았다. 당선자는 “더 낮은 자세로 열심히 일 하겠다”라는 각오를 밝히고, 낙선자는 “성원에 감사한다”라는 내용으로 자신의 소감을 전하고 있다.

당선자의 당선사례야 당연히 있어야 하는 절차라고 생각되지만 낙선자의 낙선사례도 의미있는 인사치레로 보인다. 속뜻이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 지역의 선거 판세가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는 점에서 낙선자의 낙선사례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낙선 인사도 많아졌다. 적어도 이번 선거 판세가 차기를 도모해 볼만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다.

당선사례나 낙선사례 현수막은 일종의 정치적 몸짓이다. 다음 선거를 겨냥한 또 다른 예고편이다.

이번 선거에 참여했던 많은 정치 지망생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꽤 많이 다졌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여야 할 것 없이 후보 나름으로 절치부심(切齒腐心)의 노력만 하면 차기 선거에서 승산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이르면 2년 후 총선에서 그들의 모습을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당선 및 낙선사례는 유권자에 대한 예의의 표시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정치적 포석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치가 발전하는 모양이다. 정치적 다양성이 높아진 우리지역 선거 판세가 당선 및 낙선사례 인사를 늘렸다고 본다. 긍정적 변화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 했다. 7전8기끝에 정치적 소망을 이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번에 목적을 달성하는 이도 많다. 박 터진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전국적으로 86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복불복이라고 해야 할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정치이다.

유권자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것은 당선자든 낙선자든 당연한 일이다. 당선 및 낙선 사례 현수막을 보며 차기 선거 출발점에서 서성이는 정치 지망생의 모습을 연상해 본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