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섭변호사
▲ 박준섭변호사

제7회 전국지방동시선거가 끝이 났다. 민주당은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보수는 몰락했다.

보수가 거부당한 것은 바른미래당도 마찬가지이다. 보수의 중심지역이었던 TK지역도 변화의 기운은 강력했다.

보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포퓰리즘에 의한 선동정치로만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대한민국 헌법기관인 의회의 의결과 헌법재판소에 의한 결정에 의한 것이었음에도 말이다. 이러한 인식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이후에도 보수는 반성을 통해 새로운 혁신의 길을 가기는 커녕 거부권정치를 통한 권력투쟁과 품격 없는 막말만 일삼게 했을지도 모른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정책의 입안과 시행에 미숙함이 분명히 있었음에도 보수는 자신들의 가치를 국민에게 분명히 제시하지 못하고 무력한 비판만 했다. 원자력발전소 폐기가 문제가 되었을 때에는 반환경주의자로, 북한 핵 문제와 남북화해가 이슈가 되었을 때에는 반통일주의자로 국민에게 비춰지면서 국민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가치와 괴리되었다.

입시정책 등 교육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국민이 기회균등의 문제에 왜 그토록 예민한지 보수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국민에게 보수는 근대가 끝나고 문명사적인 전환이 시작되는 이 중요한 시기에 미래가치를 국민에게 주도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과거 산업화의 성과와 안보에만 매달리며 그저 진보정권이 잘못하기만 기다리는 수구세력에 불과했다.

국민은 결국 보수를 심판했고 보수의 불씨만 TK지역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다. 보수가 아직도 30%의 콘크리트 지지층 운운하면서 변화를 거부한다면, 시민들과 생활정치를 하는 구의원부터 신중하게 교체하고 있는 시민들의 단호하고도 지혜로운 판단을 또다시 읽지 못하는 것이다. 그때는 변화를 거부하는 보수가 완전히 폐기될 것이다.

보수는 이제 진정한 혁신과 변화를 통해 진보에게 선점당한 참된 보수의 가치를 다시 국민에게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 고향의 권리와 가족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보수가 권위주의를 버리고 지역에서 시민들과 함께 생활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 추상적 개인이 독립적으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존재라고 믿는 진보와는 달리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세대가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보수가 미래세대를 위하여 지금 환경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과거 역사의 연속성과 전통을 존중하는 보수가 하나의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북한과의 통일에 적극적이어야 하고, 조화로운 공동체를 중시하는 보수가 평화통일을 주장하여야 한다. 또 기성의 보수정치에 공감하고 따라주는 청년들만 찾지 말아야 한다. 보수는 기성세대가 주장하는 보수의 가치로는 청년들이 이미 깨져버린 자유의 전제조건을 회복시킬 기회가 없고 그래서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대다수 청년들과 함께 그들이 자신의 나라와 그들 자신의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젊은 보수가 새로운 가치가 되어야 한다.

국민은 해방된 지 70년이 지난 우리나라가 국가구조를 새롭게 혁신하지 않으면 이미 완고해진 기득권의 구조적인 모순에 의하여 자유의 전제조건이 파괴되어 평범한 국민이 더 이상 자유롭게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것은 국민이 더 이상 진보가 중요시하는 평등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수의 주된 가치인 자유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보수가 변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자유한국당의 지도부가 선거결과를 받아들고서 국민들 앞에 또다시 무릎을 꿇고 반성한다고 발표했다. 헬라어로 회개를 메타노이아라고 한다. 메타노이아는 그냥 심리적인 반성이나 후회가 아니라 관점과 생각을 바꾸고 가던 길을 되돌려 다른 길로 가는 것이다. 지금은 메타노이아를 통해 참된 보수가 잃어버린 보편적 가치의 불씨를 다시 살리고 완전히 새로운 길로 나가야 할 결정적 시간, 바로 카이로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