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인간-인류에 관한 102가지 수수께끼’(마빈 해리스 작, 민음사간)는 유명한 인류학자인 마빈 해리스(Marvin Harris)의 ‘Our Kind’의 번역서.

직립 보행, 도구 사용, 지능의 발달, 배고픔, 비만, 섹스, 전쟁, 종교 등 인류에 관한 102가지의 수수께끼를 풀어쓴 책이다.

인간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인간과 문화의 진화가 이뤄진 과정과 원인을 밝히고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화적 현상들을 3~4쪽 분량으로 서술하고 있어 부담 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이론서보다는 에세이류의 문화론으로 더 잘 알려진 마빈 해리스는 한 지역의 문화적 전통이 인간에게 주어진 생물학적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입장을 취한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류의 문화적 진화의 보편성이다.

따라서 인류는 인종과 국가를 넘어 다른 문화에 대한 상호 이해를 통해 생존을 위한 평화로운 길을 추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류의 피부에 어떻게 색깔이 입혀졌을까?

멜라닌 분자가 많을수록 피부는 더 검어지고 햇빛 화상과 모든 피부암에 걸릴 위험은 적어진다. 아프리카의 자이레인들처럼 피부가 아주 검은 사람들은 여간해서는 피부암에 걸리지 않는다.

▶우리는 왜 과식을 하는가?

오늘날 선진국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과식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서열과 권력에서 주요한 차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이래, 먹을 것이 부족한 데서 오는 고통을 가장 크게 당한 이는 피지배 계급이다.

▶어린아이들은 쓴맛, 신맛, 톡 쏘는 맛, 짠맛, 매운 맛 등이 나는 음식을 입에 넣으면 얼굴을 찡그리며 뱉어 버린다. 이것은 자연 선택 원리에 잘 맞아떨어지는 현상이다. 왜냐하면 독이 있거나 소화가 안 되는 음식물들은 거의 그런 맛을 내기 때문이다.

▶구약성서와 코란에서 돼지고기를 금하는 것 같은, 얼핏 낭비적으로 보이는 금기는 돼지는 그늘이 필요하고 열사병에 걸리지 않도록 늘 물기를 축여주어야 한다. 그렇게 손이 많이 가는 돼지는 우유를 제공하지도 않고 쟁기나 수레를 끌지도 못하며 풀밭에서 번식하지도 못한다. 그러니 뜨겁고 건조한 중동 지방에서 그 동물은 소, 양, 염소 같은 되새김질 동물에 비해 투자 가치가 훨씬 적다.

▶인도에는 소가 많다. 그 소들은 우유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쟁기를 끌고 그 똥은 비료나 연료로 쓰이기 때문에 도살해서 고기로 판매하는 것보다 늙을 때까지 일을 시키는 편이 훨씬 이득이 된다. 뿐만 아니라 그 소들이 그렇게 중요한 서비스를 다 끝내고 죽은 다음에도 고기가 버려지는 경우란 거의 없다. 그 주인은 즉시 최하층 카스트를 지목하여 죽은 고기를 먹어서 처분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는 어떤 동물이 먹는 고기로서 갖는 비중과 중요한 산물이나 서비스로서 갖는 비중 사이의 절묘한 타협의 결과이다.

▶현대 사회에는 자기 자녀로 인해 기뻐하기보다는 그를 둘러싸고 다투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이들은 사랑에 대한 욕구를 엄청나게 부풀리는 사회 조건에 물들어 간다. 그래서 받기만 하고 주려고는 하지 않는 독불장군들로 변해 가고 있다. 증가하는 이혼율은 이렇듯 참담한 절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과시적 교환, 과시적 진열, 그리고 귀중품의 과시적 파괴-이 모든 것은 베블렌이 말하는 과시적 소비에 함축되어 있다- 따위는 권력과 부를 획득하고 지키기 위해 문화적으로 구성된 전략들이다.

그 전략들이 생겨난 까닭은 그것을 통해 최고의 족장이나 왕이 보통 사람들에 비해 우월했었고, 그래서 그들이 더 많은 돈과 권력을 쥐는 것은 정당하다는 것을 상징적인 형태로 입증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정옥· 위덕대 국문과 교수>

    윤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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