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bR>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내일 모레가 지방 선거일이다. 선관위가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저조하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지방자치의 당위성은 잘 인식하면서도 투표에는 아예 관심이 적은 사람이 많다. 유권자들은 시장이나 도지사, 군수나 구청장 출마자의 이름 정도는 알지만 기초나 광역 후보에는 아직 관심이 없다. 교육감 후보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투표 당일 평균 7장의 투표지에 한명을 선택해야할 운명에 처해 있다. 그런데 유권자들이 왜 이렇게 지방 선거에 무관심할까.

첫째, 이번 지방 선거에서는 남북관계라는 큰 이슈가 지배하고 지방 정치의 이슈는 증발되었기 때문이다. 남북 간의 4·27 판문점 선언과 6·12 북미 회담이 모든 정치적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선거 하루 전 6·12 북미 회담 일정이 잡혀 지방 선거의 이슈는 모두 뒤로 밀리고 있다. 언론은 사상초유의 북미 싱가포르 회담관련 기사를 연일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여당에 유리한 지방선거가 되고 있다. 지난 대선 패배 후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리더십의 위기로 선거 판세는 야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제1야당 홍준표 대표의 선거 전략과 거친 언사는 야당에게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17개 광역 단체장 선거에서 여당은 14곳, 12개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서는 11곳이 우세하다는 전망이 이를 입증한다. 정통 보수층의 선거 무관심이 초래한 당연한 귀결인지 모른다.

둘째, 선거의 쟁점마저 부각되지 않은 이번 선거에서 상대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 등 네거티브 전략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욕설 파문에 이은 여배우와의 스캔들, 부동산 투기 의혹이 연일 폭로되고 있다. 제주도에서도 골프장 특혜 의혹 등으로 선거전이 혼탁해지고 있다. 마타도어 등 네거티브 전략은 대체로 선거 판세가 불리한 후보가 앞선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수법이지만 대체로 선거가 끝날 때까지 의혹이 해명되는 경우는 드물다. 후보 간의 정책 대결이 사라진 선거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은 유권자들의 일시적인 관심과 흥미는 유도하지만 그것은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증대시킬 뿐이다. 우리 정치에도 근거 없는 폭로 위주의 네거티브는 이제 통하지 않음이 증명되었다. 이러한 네거티브 전략은 선거판을 혼란시키고 유권자들의 관심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셋째, 유권자들의 지방의회와 의원들에 대한 불신이 투표율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것은 선거로 선출한 지방 의회가 지방 행정을 제대로 견제도 감시도 하지 못한 결과에 대한 엄중한 비판일 것이다. 아직도 지방의원의 행정 견제 능력은 부족하고, 도덕성마저 흠결이 많은 의원들이 여론의 지탄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지방 의원들의 외유성 출장, 미 투 관련사건, 탈선과 부패는 상당수 의원들이 중도 사퇴한 사실만 보아도 충분히 입증된다. 이러한 의원들의 자질과 탈법행위들이 지방 정치 불신의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기초 의회 무용론이 대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요인이 복합 작용하면서 지방 선거에 관한 관심은 줄어 들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6·13 지방 선거에 적극 참여하여야 지방 정치 발전의 토대가 된다. 이번 선거 결과는 이 나라 정치 발전을 위한 정계 개편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여당은 이번 선거에 승리하더라도 절대 오만해서는 안 된다. 야당은 선거 패배 시 그 책임문제로 이합집산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확실한 보수 개혁을 추진할 때 집 떠난 보수층은 회귀할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는 정계 개편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