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무소속 후보의 돌풍현상이 두드러진 TK(대구·경북)지역 지방선거 국면에서 일부 한국당 정치인들의 궤도이탈 행태가 새로운 논란거리다. 영향력 있는 일부 인사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만 따져서 표리부동한 정치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스스로 변화하고 소속 정당을 고쳐낼 의무를 내팽개치고 선거 목전에서 이해득실에 따라 가볍게 처신하는 것은 지역정치 발전에 결코 이롭지 못하리라는 지적이다.

옛말에 ‘중이 절 싫으면 떠나면 그만’이라지만, 정당은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 정치결사체다. 그런 정당의 구성원들이 풍향계(風向計)처럼 양지만을 좇는 정치행태를 우리는 신물 나게 보아왔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통적으로 TK지역에 기반을 둔 보수정당 자유한국당과 연고가 있는 일부 인사들이 갈지자 행보를 보여 지역민의 실망을 더욱 덧내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의 개인적 정치행로를 염두에 두고 실익을 좇아 정치도의를 무시한 채 정체성을 남나들며 특정후보 지지에 나서기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가 막히는 일은 TK지역에서 한국당 후보와 민주당, 무소속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곳에서는 ‘주한야민(낮에는 한국당, 밤에는 민주당)’ 또는 ‘주한야무(낮에는 한국당, 밤에는 무소속)’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는 현실이다.

실제로 포항시장 선거의 경우 몇몇 유력인사가 한국당 이강덕 후보와 민주당 허대만 후보를 번갈아 만나며 양다리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주에서는 복당한 정종복 전 의원이 한국당 주낙영 경주시장 후보를 적극 지원하지 않고 무소속 최양식 후보를 지지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21대 총선을 겨냥한 야릇한 행보라는 분석마저 등장했다.

무소속이 강세인 지역에서 공천에서 탈락한 뒤 탈당하거나 무소속 후보를 대놓고 지지하는 등의 현상은 두드러지고 있다. 경주를 비롯 울진, 예천, 달성, 영천 등의 지역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이런 흐름은 보수분열 등의 요소들과 함께 한국당이 TK지역에서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로까지 꼽히고 있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호도하는 이 같은 행태는 지역발전과 정당정치의 기반을 허무는 일이어서 부작용을 막아내기 위해 공천제도의 세부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제아무리 민심이 흔들린다고 해도 선거 국면에서 당인(黨人)으로서의 금도를 넘어 시시때때 경계를 넘나들며 말을 바꾸는 정치는 옳지 않다. 시절에 맞춰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철새정치, 두 얼굴로 사는 박쥐정치는 자신을 망치고 정당정치도 너저분하게 만들 따름이다. 신의를 지키면서, 민심을 투철하게 반영하여 스스로는 물론 위기국면의 소속정당을 환골탈태시키는 일에 용심(用心)을 다해야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