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철강 쿼터제 이어
최저임금 인상 에
내달 근로시간 단축 등
국내외 악재 겹쳐
불황 심화 걱정 태산

‘철의 날’(9일)을 맞는 철강인들의 마음은 우울하다.

철강인들의 생일인 ‘철의 날’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용광로에서 처음 쇳물이 출선된 6월 9일을 기념하기 위한 날로 철강의 중요성을 일반인에게 알리고, 철강인의 화합과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됐고, 올해로 19년째를 맞고 있다.

철강인들의 잔칫날이 다가오지만 마음은 천근만근이다. 미국의 철강 쿼터제(수입 할당) 파고에 따른 매출 감소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7월 1일 시행) 등이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미국의 쿼터제 시행은 철강업계에 직격탄을 안겨주고 있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당초 5월 1일부터 쿼터제를 적용할 가능성을 높게 점쳤지만 최근 미국이 1월 1일부터 쿼터제를 소급 적용하면서 셈법이 복잡해 진 상태다.

쿼터제는 특정물품의 수입에 대해 일정한 수량의 쿼터를 설정해 놓고 설정해 놓은 수량에 대해서는 무관세 또는 저세율을 적용하고 그 이상 수입되는 물량에 대해서는 고세율을 적용한다.

한국산 철강재의 대미 수출은 2015~2017년간 평균 수출량인 383만t의 70%에 해당하는 양인 268만t으로 제한받게 됐다. 이는 지난해 대미 철강수출의 74% 수준이다. 기업별로 받는 타격은 다르겠지만 지난해보다 26% 매출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일부 기업들은 쿼터제 시행 이전에 수출 물량을 늘려 올해 수출길이 막혀버리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강관업체들이다. 유정용강관의 경우 51%로 쿼터가 책정됐다. 대미 강관류 수출은 지난해 203만t 수준인데 100만t 수준만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세아제강과 넥스틸은 지난해에 비해 유정용 강관 수출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세아제강은 휴스턴에서 강관을 생산,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를 늘릴 계획이고 넥스틸도 미국 공장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포스코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1, 2분기 실적도 양호하고 월드프리미엄(WP)의 판매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

여기에 비해 현대제철은 시황 악화로 철근 생산량을 감축할 방침이다.

지난달말부터 이달까지 6만t 규모를 감산할 계획이다. 감산은 5~6월에 걸쳐 포항 봉강압연공장, 인천 소형압연공장, 당진 철근압연공장 등을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동국제강 역시 현대제철과 마찬가지로 상황이 크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철강업계를 옥죄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다. 내달 1일부터 시행될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은 정부의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철강업계가 노심초사 하고 있다. 이밖에도 산업용 전기료 인상, 중국의 조강 생산량 증가, 중국의 가격공세 등도 철강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한편 8일 열리는 19번째 철의 날 기념행사 장소가 매년 포스코센터에서 개최돼 오다가 이번에 돌연 임패리얼팰리스 호텔로 변경됐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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