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옥 혜

부황 난 어린아이가
질척거리는 시장바닥을 헤매다
어쩌다 떨어진 국수 한 가닥을
잽싸게 집어먹는다

낙엽 같은 어린아이가
시궁창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작은 비닐봉지를 들고
혹 음식 찌꺼기가 떠내려올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이 어린아이들 머리 위로도
해는 뜨고
이 어린아이들 사이로도
사람들은 지나가고
이 어린아이들 앞에서도
꽃은 피고 새는 울고
어른들은 밥장사를 하고
나는 밥을 삼키고

슬픈 사진 몇 장을 보여주며 시인은 무심하기 짝이 없는 현대인들의 삶을 비춰주고 있다.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마저 보장되지 않는 이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다. 그러나 세상은 그들을 거들떠보지 않고, 관심도 가지지 않고 자신의 행복만 추구하는 것이 현대 사회의 실상이 아닐까. 시인은 이러한 현대인들의 비정함에 대한 자성과 함께 따가운 회초리를 대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