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김정은의 정치 행보가 연초부터 많이 달라졌다. 평창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해 ‘판문점 선언’까지 채택됐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선언하고 6·12 미북회담도 코앞에 두고 있다. 과거 김정일 시대의 닫혀진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선군노선보다 경제발전 노선을 채택한듯 보인다. 군부대를 주로 시찰하던 김정은은 도로보수 현장 방문 등 경제재건 의지를 자주 보이고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은 은둔과 신비의 리더십을 탈피, 개방적 리더십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북한도 이제 정상적인 국가로 가려는 징조인가. 그의 이러한 행보에 상당한 기대를 거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도 불신하는 사람도 많다.

그간 북한은 내치 면에서 정상적인 국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권력은 아직도 수령에게 집중돼 있고, 그 권력마저 3대째 세습되고 있다. 주체사상은 권력 통치의 수단시 되고 중국식 집단지도체제는 보이지 않고 있다. 내각이나 의회, 사법, 공안, 군 조직은 모두 당에 복종하고 종속되는 조직에 지나지 않는다. 당·국가 일원체제이고 독점 체제이다. 아직도 인민들의 가슴에는 수령의 흉상을 달고 다니며 수령에 대한 절대 충성을 통한 우상화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수령의 생일인 태양절과 광명성절은 국경일이 돼 성대한 행사까지 치러진다. 이것은 사회주의적 국가 기준에서도 일탈한 비정상 국가 모습이다.

북한은 외교면에서도 거의 고립돼 정상국가의 대접을 받지 못한다. 대사급 외교관계가 수립된 나라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유엔 등 국제적 비난과 제재를 받고 있다.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는 북한 경제의 숨통을 틀어막고 있다. 북한은 ‘미 제국주의 타도’라는 슬로건을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지만 경제적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북한 당국이 비핵화를 북미 협상용으로 들고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은 외교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의존하지만 유럽에서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한 나라는 드물다. 북한은 대외 관계에서도 여전히 고립돼 ‘불량 국가’로 취급받는 비정상국가 모습이다.

이런 북한 당국의 달라지는 모습은 정상국가로 가기 위한 준비임은 부정할 수 없다. 김정은의 북한 체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얼마나 지속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체제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입장은 재확인되고 있다. 이들의 행보가 정상국가를 향한 개혁개방이라기보다는 현실적 위기 타개를 위한 긴급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김정은의 행보가 변화를 위한 위로부터의 ‘불가피한 몸부림’임은 부정할 수 없다. 북한이 최소한 베트남이나 중국식 개혁개방 노선을 공식적으로 채택할 때 사회주의적 정상국가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변화 의지가 성공여부를 떠나 정상국가로 가기 위한 하나의 출발점임은 틀림이 없다. 미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타결되고 북한체제의 안전이 확약된다면 북한은 정상국가를 향한 초기단계로 나서고 그에 따라 남북관계는 정상적인 협력관계로 나아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북한체제 유지의 위기가 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북한을 흡수할 수 없는 것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학관계다. 그러므로 북한이 정상국가로 나아가도록 적극 도울 필요가 있다. 남북의 적극적인 교류와 협력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은 남북 교류협력과정을 통해 남한의 발전모델을 벤치마킹할 것이다. 그것이 북한이 정상국가로 가는 길이며 법적 정치적 통일에 앞선 ‘사실상의 통일’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