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박은주<br/>포항여성회장
▲ 금박은주 포항여성회장

지난 20일 포항여성회에서 ‘2018 포항 평화의 소녀상 청소년 지킴이단 발대식’을 가졌다. 포항에서는 지난 2015년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추진됐고, 90여개 단체와 3천800여 명의 개인이 모금운동에 참여한 가운데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됐다. 이후에 포항여성회에서는 청소년 지킴이단 활동을 통해 다음 세대인 청소년들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심각성을 함께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특히 올해는 160여 명의 학생들이 신청할 정도로 청소년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발대식에 참여한 학생들의 다짐도 당당했고 믿음직스러웠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미투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그동안 있었지만 없었던 문제처럼, 피해자들에게 침묵을 강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성폭력 문화가 만연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미투 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비민주성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고, 더이상 개인 피해자의 문제가 아닌, 성폭력 문제가 공론의 장에서 새로운 담론으로 정착되고 있다. 무엇보다 미투 운동이 사회변혁의 운동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미투 운동은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지지 않았다. 미투 운동이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되기 이전에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폭로한 미투 운동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미투 선언으로 일본군 성노예 문제는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27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한일 양국간 불가역적이고 최종적이라는 굴욕적인 합의 선언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게 되었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진정한 문제 해결이 아님을 천명했다. 물론 지금까지 이렇다 할 진척 사항은 없다고 한다.

얼마 전 한 신문에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계엄군에 의한 성폭행 사실을 최초로 알리는 기사가 보도됐다. 이 문제 역시나 38년이 지난 지금까지 ‘있었지만 없었던 일’로 침묵을 강요당했던 가슴 아픈 역사 중 하나다.

현재 우리 사회의 미투 운동은 5·18 계엄군 성폭력 사건, 미군 위안부 문제, 그리고 더 거슬러 올라가 일본군에 의한 성폭력 문제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 대한 진상 조사는 지금까지도 우리 세대의 과제로 남아있다.

이 모든 문제는 따로 떨어져 있는 별개의 사건처럼 여겨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코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는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했던 부당함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이제 우리가 답을 해야 할 차례다. 그리고 이젠 더 이상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비민주적인 사회는 민주주의라는 이름표를 다시 고쳐 달아야 할 것이다.

지난 포항여성회 청소년 지킴이단 발대식에서 윤미향 한국 정신대 문제 해결 대책 협의회 공동 대표는 강연에서 “제가 가장 존경하는 여성인권운동가는 바로 김복동 할머니이다” 라며 할머니의 육성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전해줬다. 28분의 할머니들, 이제 그분들에겐 그렇게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정의롭게 해결하는 것, 그리고 5·18 계엄군 성폭력 사건을 철저하게 진상 조사 하는 것, 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완수하는 것. 그리고 지금 들불처럼 퍼지고 있는 미투 운동이 승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위드유” 라는 외침이 출발점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함께 통감하고, 정의로운 문제해결을 위해 함께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 역시 “따로 또 같이” 펼쳐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