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미시의 한 원룸에서 20대 아빠와 아들로 추정되는 2살짜리 아기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은 큰 충격이다.

이처럼 젊은 아빠(29)와 아기(생후 16개월 추정)의 고독사까지 발생한 것은 복지정보체계에 구멍이 여전하다는 단적인 사례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법석을 떨어왔지만 아직도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구원의 손길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반증이다.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국가와 지역사회가 신속히 나서야 할 때다.

지난 2014년 서울 송파 세 모녀 사망사건을 계기로 전국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전수 조사를 하고 생계유지를 위한 긴급복지 시스템을 구축했다지만, 사회 안전을 위한 그물망은 여전히 성글기 짝이 없다. 구미시에서 숨진 지 1주일여 만에 발견된 아빠는 주민등록이 말소돼 사실상 사회복지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은둔형 외톨이로 알려지면서 거주불명자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에서도 큰 사회적 이슈가 됐었던 은둔형 외톨이(일명 ‘히키코모리’) 문제가 국내에서도 같은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거주불명자는 사망신고로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것이 아니라 채무관계 등의 개인사정으로 인한 도피 은둔생활로 인해 말소되는 것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경북도내 거주불명자 수는 1만6천525명으로 전체 인구의 0.6%에 해당할 만큼 많다. 구미시 2천25명, 포항시 2천741명, 경주시 1천712명, 경산시 1천680명 등이다. 2010년부터 거주불명등록제도가 시행되면서 조사는 매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생활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나 대책마련은 한 번도 추진되지 않았다.

고독사는 지속돼 왔다.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노마 엄마 역할을 맡았던 배우 이미지 씨는 혼자 살던 오피스텔에서 숨진 지 2주 만에 발견이 됐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김병찬 씨도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후 뒤늦게 발견됐다. 2015년 2월 원룸에서 발견된 사망자, 2016년 6월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지 사흘 만에 경비원에게 발견된 경우도 모두 20대였다.

119소방대의 협조를 얻어 출입문을 강제 개방하는 일이나, 서울시의 고독사자 장례지원 같은 최근에 나온 방안들은 본말이 전도된 대책이다. 사망을 방지하는 선제적 조치가 아닌 그 어떤 대책도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물샐틈없는 복지정보체제를 구축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 전기검침원·학습지교사 등 가정을 방문하는 직업인들과 공조하는 방안을 비롯해, 이웃들이 상시적으로 상호 관찰하고 이상 징후를 미리 감지해낼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아직도 사람이 집안에서 외로이 굶어죽는 나라라니, 말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