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選 이후 목소리 낼 것”

대구 북을 당협위원장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4·27 남북정상회담을 “위장 평화쇼”라고 규정한 데 이어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가 집회 현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미친 XX”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대구·경북(TK) 정치권이 눈총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TK지역 공천을 놓고 지역내 잡음이 터져나오는가 하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해 자기사람 심기에만 몰두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구나 홍 대표의 강경 발언 등으로 인해 당이 위기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TK 의원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지내고 있다.

2016년 이른바 ‘친박 공천’으로 입성한 의원들이 홍 대표에게 대항하다가 찍힐까봐 우려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TK정치인들의 침묵에 지역 정치권의 위세도 추락하는 양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전후 정치적 책임론 등에 휩싸이며 TK정치권이 추락했지만 TK의원들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고, 당이 혼란에 빠졌을 때도 중심을 잡지 못하는 등 매번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 홍 대표는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직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위장평화쇼’라고 폄하했지만 국민들은 ‘한반도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의 대전환점을 만든 역사적 쾌거’라는 더불어민주당의 평가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더 나아가 홍 대표의 강경발언만 계속 이슈가 되면서 한국당이 주장하는 드루킹 특검 등은 남북정상회담 폄훼 논란 등으로 묻히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여론 탓에 한국당 공천을 받은 수도권 출마자 등은 홍 대표의 발언에 제동을 걸었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2일 홍 대표가 남북정상회담을‘위장평화쇼’라고 평가절하한 데 대해 “깊이 생각하고 말씀했으면 한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정작 한국당 최대주주인 TK의원들은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TK초선의원들이 모여, 홍 대표의 일방통식 행보에 대한 제동을 걸려고 했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홍 대표를 비판하면 언론 등에서 당내 불협화음만 부각할 우려가 있다는 어설픈 변명만 내놓고 있다. 또 “홍 대표를 비판해봤자 아무런 약발이 먹히지 않을텐데 무슨 말을 하느냐”고 말한다. 사석에서 홍 대표가 남북정상회담을 비판해서는 안된다는 말만 할 뿐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TK 한 의원은 “지방선거 때까지는 당의 단합이 중요한 만큼, 홍 대표를 비판하면 당내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지방선거 이후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지방선거가 코 앞인데 어떻게 당내 불화를 일으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역정가에서는 개별 의원 자격으로 대표 행보에 제동을 거는 것은 정치적 불이익 등을 우려해 말을 아낀다 하더라도 시도당 차원에서 제동을 거는 몸짓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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