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괄적 핵폐기
초단기 비핵화 로드맵 요구
북한, 단계적 동시적 제시
제재 해제 비롯 보상 원해
이행 검증 등 난제 수두룩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ABC방송 ‘디스위크’와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비핵화 목표 달성을 도와줄 준비가 됐다는 견해를 밝혔다. ABC방송이 사전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은 우리가 비핵화를 달성하도록 지도를 펼쳐줄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사진은 폼페이오 장관이 27일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회의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판문점선언에서 밝힌 것처럼 향후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합의가 가능할까.

북한전문가들은 판문점 선언은 남북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비핵화합의를 둘러싼 세계의 시선은 이제 비핵화 해법을 논의할 북미 정상회담으로 쏠리고 있다. 관건은 미국이 강조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어느 수준까지 구현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남북이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는 CVID라는 트럼프 행정부 절대 명제에 일정 부분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방법론에 있어 일괄적 핵폐기를 요구하는 미국과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제시한 북한의 입장차는 적지 않다.

또 비핵화 일정에도 입장차가 뚜렷하다. 트럼프는 2020년 재선 목표로 뛰고 있으며, 오는 11월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이번 회담에서 초단기 비핵화 로드맵이란 결과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초기에 ‘통 큰’ 양보를 주고받으며 북한의 시간 끌기 시도와 단계적 보상 요구를 차단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반면에 김 위원장은 상대적으로 장기에 걸쳐 경제 제재 해제, 경제 협력 등 보상을 원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정상이 큰 틀에서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더라도 이행과정과 검증, 보상 문제 등 각론 합의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렇다해도 북한이 아직 사용 가능한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기로 한 것은 비핵화의 첫걸음을 내딛는 상징적 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29일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북부 핵시험장’ 폐기를 실행할 것이며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초청해 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시험장 폐기를 포함한 결정서를 채택한 데 이어 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를 재확인하고 실행 시점과 공개 방침까지 천명한 것이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핵실험장 폐기 선언이 그냥 말뿐일 수 있으며, 행동으로 보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요구에 일단 호응하는 자세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상응하는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이 어떻게 짜여질지다. 결국 이는 5월 말에서 6월 중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북미정상회담의 과제로 남겨졌다. 이런 상황에서 연내 종전선언 단계로 실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북한이 모든 핵시설에 대한 신고와 가동중단, IAEA 사찰단 복귀 등 더 진전된 조치로 화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북한이 핵실험장 폐쇄 시 대외에 공개하기로 했다는 남북정상 합의에 대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실질효과 없는 애매한 선언’이란 평가를 내놨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북한은 6차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 핵을 완성했고, 지금은 핵실험 자체가 필요 없는 상황인데 핵실험장 폐기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정 대변인은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핵을 언제, 어떻게, 언제까지 폐기하느냐이고, 북한이 이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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