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 주변 강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을 어떻게 전망할까. 대부분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론을 당연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합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미국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은 점을 일제히 지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압박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대체로 미국의 최종 목표인 CVID와 북한이 생각하는 이른바 ‘한반도 비핵화’의 차이점을 어떻게 좁히느냐가 협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남북 정상회담은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새로운 진전도 이루지 못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핵 프로그램 종식을 이뤄냄으로써 스스로 공언했던 협상가로서의 위대한 면모를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평화연구소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지, 비핵화를 한다면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무엇을 내줄 것인가가 쟁졈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도출한 판문점 선언을 통해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프로세스 등 구체적인 절차가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진 교수는 “남북이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겠다고 천명하면서 한반도 평화협정의 길이 열렸다. 다음 단계는 정전협정 당사국인 남북, 미국, 중국 등 4개국이 평화협정을 위한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것”이라면서 “비핵화 프로세스는 북핵 문제의 핵심 당사국인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생각한다.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성과로 미국을 최대한 설득해 북미정상회담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했다.

일본의 한반도 문제 권위자인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명예교수도 북미 간 인식 차이가 우려된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외교가 성공한다고 생각하고 북한에 지나친 압력을 가할 경우 북한 쪽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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