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는 방안이 결국 무산됐다. 청와대와 여야 정당들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문제를 놓고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말을 바꿔 주장한 9월 개헌안 처리 시점을 기준으로 추진동력을 높여가야 한다. 개헌주체들이 각자의 속내를 조금 내놓긴 했으니 진전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부터는 정말 딴 말 하기 없기다. ‘지방분권개헌’을 포함한 개헌 열망을 이어가는 것이 옳다.

자체 개헌안을 내놓고 국회의 결단을 촉구해온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가 국민투표법 개정 시한을 넘기면서 6월 지방선거와 동시 헌법개정 국민투표가 사실상 무산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 동시 개헌은 저만의 약속이 아니라 우리 정치권 모두가 국민께 했던 약속인데, 이런 약속을 마치 없었던 일처럼 넘기는 것도, 또 위헌법률이 된 국민투표법을 3년 넘게 방치하고 있는 것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끊임없는 정략적 접근으로 ‘개헌’을 정략의 제물로 삼는 무책임과 구태에 국민들은 넌더리를 내고 있다. 현행 헌법이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낡은 옷이어서 갈아입어야 한다는 논리와 명분에 반대하는 이는 드물다. 무엇보다도 국정농단으로 인한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으면서 권력구조 혁신과 지방분권의 헌법적 보장장치 마련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왔다.

6월 지방선거에서의 개헌 국민투표는 대선후보들의 공통 약속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지켜지지 않았다. 여권은 6월 개헌을 요구했으나 자유한국당은 ‘6월 여야개헌안 합의, 9월 개헌 국민투표’를 주장해왔다. 개헌내용의 핵심인 권력구조 문제를 놓고도 여권은 대통령 4년 중임제, 한국당 등 야당은 내각제에 준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고 있다.

일단 6월 국민투표는 물 건너갔지만 개헌을 위한 행진을 멈출 수는 없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선(先) 개헌 내용 합의, 후(後) 개헌 시기 조절’을 거론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국당이 또 다른 말을 하거나 민주당이 비용과 투표율을 핑계로 2020년 총선 동시투표를 거론하는 것은 비토를 위한 비토에 지나지 않는다. 정치권이 또 다시 내용을 시시콜콜 시비하여 개헌을 정략의 희생물로 삼는다면 국민들의 실망은 극에 달할 것이다. 정치권은 머리를 맞대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앨 수 있는 권력구조 개편안이 담긴 분권형 개헌안을 충실히 마련해야 한다. 강력한 지방분권국가를 보장하는 내용에도 뜻을 모아야 한다. 이제 누가 개헌의 참뜻을 품고 있는지, 호헌(護憲) 음모를 품고 있는지 드러나게 돼 있다. 국민의 열망과 시대의 소명 앞에 정치권이 더 이상 비겁하지 말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