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BR>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고속승진으로 한때 화제가 되었던 한 재벌가 자녀들의 행태가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다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자녀들의 갑질 행태가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차녀인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의 얼굴에 물을 뿌리는 횡포와 함께 그녀의 과거 갑질 행태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조 전무는 대한항공의 광고대행을 맡고 있는 A업체와의 회의 자리에서 광고팀장인 직원이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회의장에서 쫓아내고 심지어 얼굴에 물을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태는 3년전 장녀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의 소위 ‘땅콩회항’ 사태를 기억나게 한다. 2014년 12월 기내에서 그녀는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기내에서 소란을 피운 데 이어, 비행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을 내리게 한 사건을 국민이 기억하고 있는 까닭에 조현아의 동생 조현민의 이번 ‘갑질’ 논란은 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사실 필자는 이 뉴스를 중국 상하이 출장 중에 들었다.

가장 놀랐던 것은 뉴스의 신속성이다. 놀랍게도 회의에 참석한 외국인들이 이 사태를 거의 다 알고 있었다. 호텔의 TV 뉴스에서 상세히 보도된 까닭이었다. CNN, 중국TV 등 외국뉴스에 신속 보도되어 회의 참석 외국인들의 웃음과 조롱의 대상이 된 것이다. 한국인으로서 얼굴이 화끈거리는 순간이었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할 것은 이 두 딸의 엄마가 되는 조 회장 부인의 갑질행태이다. 그녀가 소리 지르고 직원들에게 물건을 던지는 등 온갖 행패를 부렸다는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엄마의 행패가 딸에게 대물림되고 있는 것이다.

시겔과 브라이슨이 쓴 자녀교육서 ‘아이의 인성을 꽃피우는 두뇌 코칭’은 “‘자녀 망치기’는 부모가 자녀에게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권리의식을 심어줄 때, 발생한다”고 한다.

지금 한국의 재벌들이 자녀들에게 행하는 것처럼 물질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것을 주고 일찍 승진을 시키고, 권력을 줄 때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항상 ‘예스’라고 말할 때 자녀들은 망가지는 것이다. 세상과 주변 사람이 자신의 기분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는 의식을 심어줄 때 그들은 교만해지고 망나니가 된다.

조양호 회장은 마지못한 표정으로 두 딸을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하도록 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다른 가족들에 대한 책임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지금 대한항공은 밀수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룹전체가 흔들리고 있고 직원들은 그룹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에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한진그룹 차원에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고, 외부인사를 포함한 준법위원회를 구성해 유사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고, 대한항공의 향후 진로는 불투명하다.

필자는 그동안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그리고 자녀들에게도 늘 “Be a leader NOT a winner”(승리자보다는 함께 가는 인도자가 되라) 라고 말해 준다. 지금 대한항공 자녀들의 갑질은 승리자라는 교만에서 나오는 결과이다. 그들이 진정 승리자를 넘어 함께가는 인도자가 되려면 그런 행패를 부려서는 안된다. 그들이 태어나면서 남보다 부유하고 혜택받은 환경을 받았다면 승리에 도취되어 교만한 행패를 부리기에 앞서 남과 함께 하고 그들과 함께가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자녀에 있어서 부모의 교육은 정말 너무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