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출물량 배분 합의 도출 등 숙제 수두룩
철강협회장 사임 의사, 상임 수석부회장 공석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대응 등 위기 극복 한계

한국철강협회에 컨트롤타워가 없어 산적한 국내·외 문제를 놓고 비상이 걸렸다.

협회 회장인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 18일 돌연 사임의사를 밝히면서 당연직 회장자리가 공석이 된 상태고 이에 앞서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해야 할 상임 수석부회장도 선임하지 못하면서 2개월째 공석으로 남아있다.

문제는 국내·외적 철강난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이를 해결해야 할 컨트롤타워가 없어 업무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의 쿼터제(수입할당) 도입에 따른 가이드라인 마련, 물량 배분에 대한 국내 철강업계 합의 도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너머 산이다.

철강협회는 1975년 7월 설립됐다. 포스코, 현대제철, 세아제강, 동국제강 등의 정회원 37개사와 특별회원 5개 업체 및 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철강업체의 실질적인 대표 기구다.

올해 초 협회장에 재 선임된 권 회장은 2018년 신년인사회에서 철강산업에 대한 애정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AI(인공지능) 기술 접목 등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 방안을 언급하며 결속 의지를 다졌다. 이를 위해 업계 CEO(최고경영자)로는 이례적으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석해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을 체험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권 회장이 중도 하차 하면서 돌발 변수가 생겼다. 지난 5년간 권오준 체제였던 협회의 컨트롤타워는 임기를 3년가량 남겨둔 상태에서 ‘한시적’ 권오준 체제로 전환됐다. 협회는 권 회장이 포스코 후임 인선을 마치고 경영 활동을 그만둘 때까지 차기 협회장 선출 작업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권 회장이 사퇴 의사를 표명했지만 곧바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협회장직도 2~3개월간은 유지할 것”이라며 “권 회장이 포스코를 완전히 떠나면 임시총회를 거쳐 새로운 협회장을 선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협회가 당장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다는 점이다. 올들어 국내 철강업계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전례없는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쿼터제를 실시할 경우 올해 대미 수출량은 최근 3년 평균대비 70%가량 줄어들게 된다. 판매량 감소에 따른 국내 업체들의 실적 악화가 우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협회가 적극 나서서 업체별 수출 가능물량 등을 확정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고 있다. 지난주 열린 강관업무회의도 별 소득없이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와 민관합동대책을 수립하는 작업 역시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유정용강관의 수출량 할당 문제에 각 업체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이를 책임지고 정리할 만한 지휘자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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