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희 성

오십 평생 살아오는 동안

삼십년이 넘게 군사독재 속에 지내오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증오하다보니

사람 꼴도 말이 아니고

이제는 내 자신도 미워져서

무엇보다 그것이 괴로워 견딜 수 없다고

신부님 앞에 가서 고백했더니

신부님이 집에 가서 주기도문 열 번을 외우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어린애 같은 마음이 되어

그냥 그대로 했다

시인은 너무도 오랫동안 미움의 언어들에 길들여져 왔음을 고백하고 있다. 그 증오의 언어들이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동안 시를 써 온 것에 대한 반성과 함께 그런 증오의 말들로부터의 자유, 해방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