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주업으로 해왔던 우리의 선조들은 해마다 4∼5월이면 춘궁기(春窮期)를 겪는다. 지난해 거둔 묵은 곡식이 다 떨어지고 햇곡식은 아직 익지를 않아 식량이 궁핍했던 봄철에는 먹을 것이 없어 풀뿌리나 나무껍질로 연명을 했다. 초여름 보리가 수확될 때까지 버텨야 했기에 이 시절을 조상들은 보릿고개라고도 불렀다.

일제 강점기였던 1930년대 한 조사에 의하면 당시 우리나라 농민의 절반가량이 춘궁기 시절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먹을 식량이 없어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끼니를 잇는 초근목피의 생활은 당시 서민층에겐 고달픈 삶의 한부분이었다.

이 시절이 찾아오면 걸식을 하는 유랑민이 늘어났고, 굶주려 죽는 이도 적지 않았다 하니 당시의 궁핍했던 삶을 짐작해 볼 수 있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초근목피로 연명하여 얼굴이 붓고 누렇게 된 부황증을 앓는 사람을 거리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보릿고개를 벗어나게 된 것은 1960년대 후반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실시되면서 부터다.

우리나라가 살아가는 근본적 문제 가운데 하나인 식량 문제를 해결한 것은 불과 50년 전 일이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식량문제는 백성의 생사를 가를 만큼 심각한 범국가적 고민거리였다.

그 시절 우리조상이 보릿고개를 겪었다면 지금 우리의 젊은이한테는 청년실업이란 지난한 현실이 막아 서 있다. 먹고사는 문제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청년실업의 문제는 국가적 재앙 될 만큼 범국가적 현안이라는 점에서도 보릿고개와 비견할만하다.

젊은이에게 취업이란 삶을 영위하는 수단이기에 반드시 성취해야 할 목표다. 취업이 됨으로서 누리는 개인적 행복은 국가의 활력소로서도 충분하다. 이는 경제의 선순환을 촉진하는 국가의 중요한 임무이기도 하다.

1970~80년대 경제성장의 후광을 업고 높은 출생률을 보였던 2차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가 올해부터 취업시장에 대거 쏟아진다고 한다. 거듭되는 청년실업난을 헤쳐 갈 국가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겠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