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학자가 어부에게 물었다. “왜 당신은 하루에 한 마리의 물고기만을 잡나요? 하루 종일 일한다면 당신은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고 그러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요.” 어부는 “왜 그렇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경제학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많은 돈을 벌면 가족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거든요.” 어부는 말했다. “지금도 저희 가족은 충분히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왜 제가 그렇게 해야하죠?” 축적된 돈이 행복을 말하는 것도 아니며, 미래의 어느 때에 축적된 돈을 소비한다고 해서 행복이 실현되는 것도 아니다.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에 우리와 함께 존재한다.
▲ 경제학자가 어부에게 물었다. “왜 당신은 하루에 한 마리의 물고기만을 잡나요? 하루 종일 일한다면 당신은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고 그러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요.” 어부는 “왜 그렇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경제학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많은 돈을 벌면 가족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거든요.” 어부는 말했다. “지금도 저희 가족은 충분히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왜 제가 그렇게 해야하죠?” 축적된 돈이 행복을 말하는 것도 아니며, 미래의 어느 때에 축적된 돈을 소비한다고 해서 행복이 실현되는 것도 아니다.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에 우리와 함께 존재한다.

△맹자와 양혜왕

유방이 큰 뱀을 베고 나라를 세우기 전, 중국은 솥발처럼 흩어져 있었다. 온통 싸움으로 얼룩진 이 시기를 전국시대라 부른다. 전쟁은 곳곳에서 일어났고 남자들은 3인 1조가 되어 전차를 탔다. 한 사람이 말을 몰면 두 사람은 전차의 뒤에서 활을 쏘았다.

4대 성인이라 불리는 공자는 키가 2m가 넘었다고 한다. 그 큰 몸으로 그는 공부를 했다. 사람들은 공자에게 덩치 값을 하지 않는다고, 전쟁에 나가지 않는다고 비아냥댔다. 공자는 고통스러웠다. 자신의 가르침은 눈에 보이지 않았으나, 전사의 싸움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일에 집착했다. 공자는 이상주의자였다. 싸움하지 않고 모두가 평화로울 수 있는 삶을 꿈꾸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늘 무형의 것들은 유형의 것들에 밀려나고 만다.

이러한 공자의 사유를 물려받은 많은 사람 중에 맹자가 있다. 공자가 인(仁)으로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의 말을 귀담아 듣는 왕은 없었다. 왕을 자처하는 자들은 전쟁을 통해 땅을 한 뼘이라도 더 가지려 했다. 백성들은 그러한 왕들의 욕심 사이로 내몰렸다. 어디에든 전쟁이 있었고, 어디에든 피와 죽음이 난무했다.

그 속에서 인간다움을 말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공자도 맹자도 어떤 것이 인간다움인가를 말하려 했지만, 왕과 제후들에게 이러한 말은 먹히지 않았다. 공자나 맹자가 강조한 왕이란 백성을 먹여 살리는 어버이와 같은 그런 왕이었다. 하지만 당대의 왕들은 어떻게 백성들을 잘 구슬려서 전쟁에 참여시킬 것인가를 고민했다.

자존심이 강했던 맹자는 노년에 자신의 사유를 책으로 정리했다. 그 책이 ‘맹자’며, 그 첫 장이 ‘양혜왕장’이다. 맹자는 이 때 일종의 임원면접을 보러 양혜왕을 찾아갔다. 여기에서는 왕 앞에서도 자신의 할 말을 하고야마는 맹자를 만날 수 있다. 그 당시의 상황을 현대적으로 옮겨보면 이렇다.

“우와! 노인장! 노인장이 면접을 보러왔으니 우리나라에 무슨 ‘이익’이 있으려나 봅니다. 허허~”

“이런, 면접 같은 경우를 보게. 왜 보자마자 ‘이익’ 드립인가요!”

“아,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노인네를 보시게, 왜 ‘이익’을 말하면 안 되는데?”

“왕이여, 생각을 해보세요. 당신이 이익을 말하면 당신 밑의 관리들이 이익을 말할 것이고, 더 밑에 관리들도 이익을 말할 것이고, 전부다 이익을 말할 것입니다. 결국 관리는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자신을 모시는 대부를 죽일 것이고, 그렇게 대부가 된 자는 다시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제후를 죽일 것이고, 그렇게 제후가 된 자는 다시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양혜왕 당신을 죽일 것입니다. 그래도 ‘이익’을 말할 건가요?”

맹자의 말에 양혜왕은 할 말을 잃는다. 모두가 이익만을 바란다면, 사람들은 점점 더 큰 이익을 바라게 될 것이다. 이익이 적은 관리는 이익이 많은 관리의 자리를 차지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소급하다보면 왕의 목숨 역시 안전할 리 만무하다.

△경제를 말한다는 것

여기에서 우리는 경제를 살리겠다고 말한 대통령을 기억해야만 한다. 장관을 지냈던 유시민은 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서 그 때의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당시 민심은 걸레인 줄 알아, 더러운 줄 알아, 그렇지만 저걸로 상 닦을 거야, 그 분위기였어요.”

그랬다. 우리는 그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큰일을 하다보면 그런 실수 정도는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만 살릴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이든 치러낼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이 이익을 이야기하니 대통령의 주변 모든 사람들이 이익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측근비리가 끊이질 않았다. 유사 이래 윤리도 도덕도 없이 이토록 잔인하게 이익을 추구한 위정자는 없었다. 당시 대통령은 국가를 자신의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도덕적으로 가장 깨끗한 정권이라고….

당시 우리는 두 가지 정도를 간과했다. 하나는 우리나라의 경제가 세계의 경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경제 ‘만’ 살릴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이명박 효과가 일어나 우리나라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공약을 우리는 믿었다. 대통령은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이유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세계 경기가 침체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우리나라 경기가 안 좋은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이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망각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경제는 세계 경제와 연결되어 있고, 경제는 또 정치, 산업, 기술, 사회, 문화, 예술, 철학과 같은 모든 것들과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대통령이 경제 ‘만’을 살릴 수 있다고 믿었다.

△삶의 혁명 혹은 현재의 사용

사람들은 누가 대통령을 하더라도 비리가 있다고 말하길 좋아한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이명박 대통령이나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하길 좋아한다. 하지만 역사가 우리에게 분명히 말해주고 있는 것은 도토리 키도 재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전쟁이 나서 오십 걸음을 도망 간 놈과 백 걸음을 도망 간 놈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우리는 자꾸 도망갔다는 사실에만 집중하려 한다. 때론 양적 차이가 질적 차이를 결정할 때도 있다. 이것을 무시할 때 우리는 정치 허무주의에 빠지고 만다. 잘 나가는 논객은 “정치가 우리 스트레스의 근본 원인이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저마다 경제적 성공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큰 허상인지를 알아야 한다. 이를 테면, ‘아름다운 공주가 백마 탄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와 같은 이야기들이 그렇다. 공주의 목표는 왕자와 결혼하는 것인가, 결혼하면 공주의 인생은 끝나는가? 아니지 않은가! 결혼 후에도 삶은 이어진다. 마찬가지다. 내가 경제적으로 성공해도 삶은 이어진다. 더욱이 경제적 성공은 특정한 지점을 점유하고 있지 않다. 얼마를 벌어야 성공인가, 어느 자리까지 올라야 성공인가? 이런 망령된 생각은 끝없는 허무의 쳇바퀴를 돌게 만든다.

 

▲ 공강일서울대 강사·국문학
▲ 공강일서울대 강사·국문학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경제적 성공이 아니라 이 성공의 프레임을 벗어나는 일이다. 소망을 철회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자신의 일로 돌아와야 한다. 자신의 일속에서 자신의 삶을 소비하고 낭비하라. 단언컨대 그것은 당신을 더욱 궁핍하게 만들지 모른다. 지금까지 인간의 전 역사는 부와 명예를 추구하는 삶을 종용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 이 꼴로 살고 있다. 환경오염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며, 인간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비인간적이다.

부와 명예, 그것은 삶의 전체일 수 없다. 그러니 부와 명예를 추구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것 역시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펼쳐지는 것은 늘 삶이며, 그 삶은 규정되어 있지도 않으며, 그 삶의 전체 역시 알지 못한다. 그런데 어떻게 삶의 중심에 부와 명예 따위가 있을 수 있겠는가. 더 나은 삶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이지 돈을 저축해 놓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을 후회 없이 사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