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말은 생명이다. 정치인의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을 대변한다. 정치인은 말을 통해 사람을 모으고 조직하고 지지를 획득한다. 정치인의 말에는 정치적 현안에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고 판단하는 가치가 내포되어 있다. 정치인들은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도 적절한 말 한마디로 이를 잘 극복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예로부터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을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홍준표 대표의 근자의 발언은 상당한 화제를 자아내고 있다. 담백하고 시원하다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가히 막말 수준이라고 비판하는 사람이 많다. 그의 발언이 이 나라 정치 문화를 저급화 시킨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남지사 시절 홍준표 대표는 경남도 예산을 절감해 많은 부채를 탕감했다고 자랑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진주 도립병원 청산과정에서 그는 노조의 엄청난 반대에 부딪쳐 경남 도청은 연일 항의와 시위의 집회장이 되어 버렸다. 그는 시위자들을 향해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말을 남겼다. 심지어 단식을 하는 정의당 의원에게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야, 2년간만 단식해봐’ 홍지사의 이 같은 발언은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도정 책임자의 발언으로는 매우 적절치 않은 발언이기 때문이다. 당시 개나 쓰레기로 비난 받은 사람의 상처는 아직도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의 발언이 그 스스로는 서민 친화적 발언이라고 했지만 아직도 이해가 되기 어려운 막말 수준이다.

지난 대선 정국에서 대선 후보의 TV 토론에서도 홍 후보의 발언은 상당한 우려를 낳았다. 당시 촛불과 태극기 집회가 대결하는 과정에서 보수당 후보인 그는 박 대통령의 입장을 비호할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최순실로부터 ‘옷 몇 벌 얻어 입은 것이 대통령이 무슨 죄가 되느냐’고 한말은 결코 온당치 않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국정 농단 사태의 본질을 완전히 외면하고 흐려 놓은 발언이다. 법원은 지난 6일 박 전 대통령의 16개 혐의와 231억 원을 뇌물로 인정해,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홍 대표의 당시의 발언이 정당하지 않았음을 대한민국 법정이 분명히 한 셈이다.

6·13 선거가 가까워 오자 개헌이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후보 뿐 아니라 모든 후보가 6·13 지방선거시 개헌 동시 투표를 약속했다. 그러나 홍 대표는 개헌의 연기 명분을 찾다가 ‘청와대의 개헌안은 사회주의 개헌안’이며, ‘토지 공개념은 대표적인 사회주의 헌법’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홍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개헌 주장을 다시 종북 좌파 프레임으로 걸어 연기하려는 속셈이다. 이런 그의 발언이 지방 선거에서 보수층의 결집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자유한국당의 지지표 확산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정당 간의 정권 교체를 두 번이나 경험한 우리 선거 문화도 이제 종북 좌파로 정치 프레임은 먹혀들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근자에도 홍 대표의 막말 식 발언은 계속되고 있다. 같은 당 여성최고 의원에게 ‘주모 푸념을 들을 시간이 없다’, 조국 민정수석에게는 ‘조국인지 타국인지 사법시험을 통과 못해서’, 당내 친박을 향해서는 ‘바퀴 벌레나 양아치들’, 경찰을 ‘정권의 사냥개’로 폄하하고, ‘평창 올림픽은 평양 올림픽’이라는 발언은 그의 말의 품격을 여지없이 노출시켰다. 그의 돌출적인 저속한 발언은 추종자들의 귀를 잠시 즐겁게 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홍 대표의 비아냥대는 ‘막말의 정치'는 결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의 정치 참모인 모리스는 신(新)군주론에서 ‘네거티브 광고가 먹히지 않으면 그 불똥이 자신에게 오고, 자신의 신뢰마저 위협받는다’고 했다. 시중에는 홍 대표가 문재인 정부를 도와주는 일등공신이라는 말도 있다. 그의 툭 던지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은 자유한국당에도 그 자신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