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공방 -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 탐방
(3)사진공간 `SEE作` 사진작가 김훈

▲ 사진작가 김훈

이제 사진은 일상이 됐다. 스마트폰으로 누구든 언제 어디서나 자유자재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다. 그래서인가. 사진의 가치가 깃털처럼 가벼운 세상이 됐다. 이런 세상에, 사진은 사랑이고, 마음의 창을 통해 영혼을 담는 것이라고 말하는 순정파가 있다. 사진을 지독히 사랑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꿈틀로의 사진작가 김훈이 바로 그 사람이다.

김훈은 고등학교 시절 사진을 만났다. 방송반에서 교내행사를 촬영하는 일을 맡으면서 카메라를 만졌고, 이 인연이 대학 전공으로 이어졌다. 20여 년 쌓은 내공으로 1988년 개인전 `Landscape 1`을 열었고, 이후 7번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작가는 첫 번째 개인전을 통해 자연풍경의 의미를 남다른 감성으로 해석한 세계를 선보였다. 잔잔한 가운데 끝 모를 심연을 느끼게 하는 그의 사진세계는 초기부터 그 틀이 형성되었다. 2000년에 열린 세 번째 개인전 `Corporation Landscape`은 제목부터 특이하다. 1,2회 개인전의 연장선에서 포항 철강단지를 중심으로 재편성된 산업풍경을 `풍경주식회사`라 칭하고 그 세계를 담아낸 것이다.

이렇듯 사람과 사물, 풍경에 대한 개성적이고 깊이 있는 탐색은 2005년 동아국제사진전에서 최고상인 골드메달 수상의 영예로 이어졌다. 또한 세계 3대 사진공모전인 일본 아사히신문 주최 국제사진살롱에서도 3회의 메달을 받았다.

그의 작품에는 그의 눈매처럼 평온한 기온이 감돌지만 이면에는 치열한 근성이 서려 있다. “두호동 바닷가에서 표준렌즈로 생선을 건조하는 어부를 촬영하는데, 싫어하는 표정을 짓더군요. 그래도 작품 욕심에 가까이 가서 계속 셔터를 누르니까 작업하던 식칼을 들고 30m나 쫓아왔어요. 과거에는 이런 어려움을 여러 번 겪었지요. 그래도 간첩으로 오해받으며 작업하던 선배들의 고생에 비하면 저는 편하게 작업을 한 편이지요.”

남향과 동향으로 넓은 창이 나 있는 그의 작업실 `SEE作`은 정갈하기 그지없다. 꽤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점포를 직접 공구를 들고 수리했다. 꿈틀로의 여러 작업실이 그렇듯 버려진 공간이 작가의 애정어린 손길을 거쳐 새로운 창작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위치가 좋아서 여기를 선택했는데, 막상 들어와보니 너무 험해서 처음에는 막막하더군요. 하나둘 손보면서 애정도 생기고 이제는 이 공간에 정이 많이 들었지요.”

작가는 이곳에서 작업을 하면서 틈틈이 사진교육도 하고 있다. 앞으로는 일상생활에서 휴대전화 사진촬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교육도 해볼 계획이고, SEE作을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터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 김훈 作
▲ 김훈 作

작가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는 5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국제포토페스티벌에 `아라의 전설`로 참여하고, 9월에 31명의 지역작가들이 참여하는 기획전 `손 하나의 울림-다부, 바다`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눈에 보이는 것을 찍지만, 본질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사진의 힘이자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작가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소중할 수 있다는 아름다운 역설을 말한다. 그에게 사진은 사랑이고, 영혼을 담는 것일 수밖에 없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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