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이 연일 발표되면서 국민적 화제가 되고 있다. 3차례에 걸쳐 발표된 개헌안의 요지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논의돼왔던 현안이나 주제들을 포함하는 것들이었다.

정치권 안팎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권력구조는 `4년 연임제`로 정리됐다. 이미 권력을 잡은 쪽이나 앞으로 권력을 잡으려는 쪽, 그리고 지금의 권력을 지키려는 쪽 할 것 없이 모두 지금의 `5년 단임 대통령 중심제`는 성에 안 찬다는 데 동의한 듯 싶다.

기본권과 관련해서는 우리 사회의 변화와 성장, 국제사회에서의 위치 등을 반영해 주체를 `국민`에 한정하지 않고 `사람`으로 확대했다. 기본권을 폭넓게 인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생명권·안전권·정보기본권·주거권 등 기본권을 새롭게 인정·신설하자는데 반대할 일은 없어 보인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개헌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 답게 지방분권에 대해서도 진전된 주장을 반영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스스로 적합한 조직을 구성할 수 있도록 지방의회와 지방행정부의 조직구성과 운영에 관한 구체적 내용은 지방정부가 정할 수 있도록 했다니 자치행정권 측면에서 상당히 진전된 논의다.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에 대해 기존의 헌법에서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하던 것을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조례로 제정할 수 있도록 했다니 환영할 만하다. 지방자치에서 가장 중요한 돈 문제와 관련한 `자치재정권`도 보장했다. 특히 `누리과정 사태`에서 겪은 것처럼 정책시행과 재원조달기관이 일치하지 않아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서로 재정부담을 떠넘기는 사태 등을 예방하기 위해 `자치사무 수행에 필요한 경비는 지방정부가, 국가 또는 다른 지방정부 위임사무 집행에 필요한 비용은 그 국가 또는 다른 지방정부가 부담한다`는 내용의 규정을 신설한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그러나 지방재정의 문제는 결국 자립도가 낮은 지방도시와 자립도가 높은 수도권 지역과의 세수불균형을 `지방재정조정제도`로 얼마나 합리적으로 해결하느냐가 요체다. 지방의 오랜 숙원이었던 `지방세 조례주의` 도입도 지방정부 차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공무원에게도 노동3권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던 걸 원칙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바꿨으니 한걸음 진전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걱정스런 대목도 있다. 노동조건을 노사가 대등한 자격으로 결정한다는 근로기준법상의 `노사 대등 결정 원칙`과 남녀고용평등법상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헌법에 규정하는 것은 자칫 기업 자율성과 노동 유연성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 등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도입한 것도 공감을 얻고 있다. 현행 헌법에 국민소환제가 포함되지 않은 탓에 국회의원은 명백한 비리가 있어도 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라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기 전까지 책임을 지지 않았다. 국회의원을 잘못 뽑았다는 생각이 들 때 무를 수 있는 권리를 국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의견이니 찬성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수도조항을 신설해 수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한 것 역시 수도권 분산을 위한 추가조치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 다만 토지공개념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논란이 많아 추후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개헌안에 대한 여야 반응은 늘상 그렇듯 찬반양론으로 갈라진다. 어쨌든 야당의 협조없이 개헌안 국회통과가 불가능한 현실을 무시한 채 정부 개헌안을 무작정 밀어붙이는 정부 여권의 태도는 큰 문제다. 다른 속셈이 있지 않나 하고 의심해도 할 말이 없다. 그렇다 해도 개헌시기와 권력구조 등에 대한 이견을 이유로 개헌을 발목잡는 야권 역시 반성해야 한다. 국민에게 공약한 개헌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을 보이지 못했다. 그런 차원에서 여야 정치권이 새롭게 합리적인 대안으로서 개헌일정과 개헌안을 내놓고 논의해야 할 단계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