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의 간호사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태움 문화`로 인한 비극적 사건이다.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되도록 태운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주로 대형 병원의 간호사들 사이에서 쓰이는 용어로,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에게 교육을 명목으로 가하는 정신적·육체적 괴롭힘을 의미한다. 명목은 교육이지만 실상은 과도한 인격 모독인 경우가 많아서 간호사 이직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간호사란 직업의 특성상 조금의 잘못도 용납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간호사 간의 위계질서와 엄격한 교육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폭력이나 욕설, 인격 모독 등이 가해지면서 `태움 문화`라는 고질적 병폐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태움문화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가 제도적인 대책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앞으로 의사나 간호사가 태움·성희롱 등 인권 침해 행위를 하면 면허정지 등 제재를 하도록 하고, 태움 문화의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 간호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2022년까지 10만명의 신규 간호사를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대책`을 확정했다. 대책에 따르면 신규 간호사 교육에 가이드라인이 생긴다. 신입 간호사 교육 전담자를 두되 교육 기간에는 환자를 돌보지 않는다. 또 신규 간호사가 업무를 충분히 익힌 뒤 실무에 투입될 수 있도록 3개월 이상 교육을 받게 유도할 계획이다. 또 `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까지 신규 간호사 10만명을 추가로 양성하기로 했다. 국내 인구 1천명 당 의료기관 활동 간호사 수는 3.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5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의료기관 내 인권침해 대응체계도 처음으로 마련된다. 간호협회 내에 `간호사 인권센터`를 두고 성희롱 등 인권침해 신고를 받고, 주기적으로 실태조사를 하기로 했다. 권위주의와 위계 문화가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 속에서 직장내 괴롭힘 또는 왕따문화의 일종인 태움문화가 쉽게 사라지기는 어렵다. 긴 호흡으로 사회적 합의를 모을 수 있는 꾸준한 노력이 후진적 태움문화를 뿌리뽑는 지름길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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