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파장이 한없이 확장되고 있다. 날만 새면 내로라하는 저명인사들이 `#미투` 저격에 차례로 하나씩 쓰러지는 험악한 형국이다. 만연한 고질적 남성우월주의와 도덕불감증이 곪아터진 이 현상을 부정적으로 판단할 여지는 없다. 그러나 여론재판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사태는 또 다른 차원의 불행이다. 이제 우리사회가 이 혼란을 성숙하게 소화할 튼튼한 지혜를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미투` 운동은 바야흐로 문화예술계, 종교계, 교육계, 정계 등 온갖 영역을 넘나들며 소용돌이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미투` 폭로의 양상과 내용을 들여다보면 어떻게 우리가 지금까지 이런 미개한 문화를 미봉하고 살아왔나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를 `혁명`이나 `패러다임 전환`으로 보는 시각도 그르지 않다.

어두운 곳에서 슬퍼하고 절망하면서 죽음 같은 삶을 살아왔을 누이와 딸들의 처지를 돌이켜보면 눈물이 난다.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들을 극형에 처하고픈 울분이 폭발할 수도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혼란과 고통은 구태의연한 문화를 개선하고 새로운 사회로 진화하기 위해 어느 정도는 필요한 충격일 것이다. 그렇게 험악한 꼴들을 보여줘야 개선효과도 빠를지 모른다.

그러나 제아무리 일소를 해야 할 고질적 병폐라고 하더라도 이 흐름을 감정의 영역에 무한정 맡겨두는 것이 옳을 것이냐 하는 성찰이 필요하다. 제어수단이 동반되지 않는 무분별한 군중심리의 과부하가 이슈 본래의 의미를 망가뜨리고 왜곡시킨 사례가 없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성 추문에 휩싸인 고은 시인이나 연출가 이윤택이 교과서에서 퇴출된다는 소식에 착잡하다. 거시적으로 볼 때, 성 윤리 결핍 하나만으로 예술가의 필생 성취마저 하루아침에 무가치한 것으로 엎어버리고 부수는 것만이 능사일 것이냐 하는 의문이 일기도 한다. `#미투`의 타깃이 되어 하루아침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한 중견 탤런트는 결국 목을 맸다.

중요한 것은 성추행, 성폭행 만연의 원인을 제대로 찾아내어 안전망을 촘촘하게 짜는 일이다. 철저한 교육시스템을 통해 성장과정에서 성폭력 `괴물`로 변해버리는 일이 없도록 원천적인 차단장치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어쩌면 `#미투` 저격에 차례로 쓰러지는 사람들 자체가 부지불식간에 용인하고 방치해온 우리 사회의 그릇된 문화의 희생자일 수도 있다. 무엇이 그들을 괴물이 되도록 방치했는지 깊이 연구하고 혁신할 방안들을 함께 찾아내야 한다. 걸려든 사람들을 `불운`이라고만 해석하거나 개별적인 도덕성 하자로만 취급하는 순간, 우리는 정답을 함께 잃고 만다. 조금은 이성적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피해자들의 희생을 진실로 헛되게 하지 않을 바른 지혜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