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치 5배 초과 확인된
두호동 캠프리비 인근 도로
지난달까지 2개월 걸쳐
정화작업 마무리에도 `불신`
주민들 “송유관 있던 자리
지하수 오염 등 재조사를”

“지하수 등 주변이 기름에 오염됐을까 걱정이 태산입니다”

포항시 북구 두호동 주민들이 “주한미군 주둔지였던 포항 캠프 리비 인근을 대상으로 한 정부와 군의 기름 오염정화사업을 믿을수 없다”며 “환경오염 여부를 재검사해야 한다”고 본지에 호소해왔다.

실제 포항 캠프 리비 인근 도로의 오염상태는 기준치를 5배나 초과한 것으로 7일 뒤늦게 드러났다.

캠프 리비는 포항에서 의정부까지 458㎞에 이르는 한국 종단 장거리 송유관(TKP, Trans Korea Pipeline)이 거쳐간 곳이다. 정화사업을 담당하는 육군본부 TKP사업단이 6년 전 해당 부지를 포함한 인근지역을 대상으로 정화작업을 진행했는 데도 당시 해당 도로가 오염됐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져 주민들은 조사의 신뢰도를 의심하고 있다. 특히 캠프리비 부대와 오염된 도로 인근은 초등학교와 아파트단지, 주택 상가 등이 밀집한 지역으로 위험물질이 확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관련기관의 정밀 재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육군본부 TKP사업단(이하 사업단) 등에 따르면 한국환경공단은 지난 2015년 10월 사업단에 포항시 북구 두호동 345 캠프 리비 미군부지 앞 왕복 3차선 도로가 오염됐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두 달 뒤인 12월부터 사업단은 지난해 4월까지 해당 도로에 대해 정밀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일부 지점에서 최대 1만200ppm의 기름 오염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도로 오염 기준치인 2천ppm의 5배가 넘는 수치다.

오염 결과를 전달받은 포항시는 즉각 사업단에 토양오염 정화명령을 통보했다. 사업단 측은 지난 1월부터 2개월간 정화사업으로 도로굴착 공사를 진행했다. 이 기간 동안 공사구간을 폐쇄하고 임시로 부대부지 안쪽에 우회도로를 개설, 차량 통행을 유도했다. 지난달 28일자로 오염된 도로를 걷어내는 등 공사가 모두 마무리됐다.

그런데 이번 공사가 사업단이 5년 주기로 진행하는 정기정화작업이 아닌 추가 작업인 것으로 확인돼 조사결과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사업단은 지난 2012년 캠프 리비 폐쇄 이후 해당 부지 정화작업을 진행하면서도 도로가 오염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기준치의 5배가 넘는 오염원이 수년 동안 정화작업을 거치지 않고서 `기름범벅`으로 방치돼왔다.

실제로 지난 2016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유의동(새누리당,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실이 국무조정실과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88곳의 미군기지 중에서 절반이 넘는 53곳에서 환경오염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여기에는 포항의 캠프 리비도 포함돼 있어 미군 주둔지를 향한 시민들의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시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환경오염 정화 기초조사에서 환경오염이 확인된 캠프 시어즈(의정부), 캠프 모빌(양주), 캠프 케이시(동두천), 캠프 캐롤(대구), 캠프 험프리(평택) 등 53곳 모두에서 등유나 경유 등에 의한 토양오염인 TPH(Total Petroleum Hydrocarbon, 석유계 총탄화수소)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캠프 리비(포항)는 TPH와 벤젠, 크실렌(Xylene, 자일렌)이 기준치를 넘어섰다. 다른 22곳에서는 TCE, PCE, 카드뮴, 비소, 납 등 물질이 지하수까지 흘러 기준치 이상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TCE(Tti Chloro Ethylene, 크리클로로에틸렌)와 PCE(Tetra Chloro Ethylene, 테트라클로로에틸렌)는 발암물질이다.

포항환경운동연합 정침귀 사무국장은 “지난 2008년에도 포항 캠프 리비 관련 문제가 제기됐는데, 최근에 이런 오염원이 또다시 발견됐다면 조사가 제대로 안됐기 때문이 아닌가”라며 “이번처럼 송유관이 있던 부지 주변 토양과 수질오염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염원이 지하수로 유입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고 있다.

시민 박모(53·장성동)씨는 “기름정화작업은 30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들었다”며 “정화작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이미 많은 오염물질들이 직·간접적으로 우리 몸속에 흡수된 건 아닌지 심히 염려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은 “기름 냄새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염된 기름덩이에 불이라도 나면 어쩌나 싶은 불안감이 든다”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육군본부 TKP사업단은 “외부업체를 통해 땅속 오염상황도 확인한 결과, 포항 캠프 리비에서 추가오염은 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사업단 관계자는 “도로 굴착 공사 완료 이후 오염된 토양을 모두 굴토했고 빈 곳을 새 흙으로 채웠다”며 “외부 검증업체를 통해 오염된 구간 기준치를 훨씬 밑도는 80ppm을 확인했으며, 지하 오염도 이상이 없다는 의견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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