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규열<br /><br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 장규열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미투운동(Me Too Movement). 여성들에게 음성적으로 가해져 온 성희롱과 성추행의 적나라한 모습을 그 피해를 입은 여성 당사자들이 스스로 용기를 내어 알려내기 시작한 사회운동. 미국에서 지난해 말에 시작된 이 운동이 온라인에서 사회관계망 sns를 통하여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주로 직장 내 불평등한 계급구조 안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남성들이 여성 동료들을 상대로 하여 벌이는 성적추태는 직업과 직군을 가리지 않고 매우 폭넓게 나타나는 현상인 것으로 보인다. 한 달 여 전 한 여성 검사의 폭로와 고발로 싹이 트는가 했더니 어느 틈에 연극계와 문화계, 대학가와 종교계 등을 돌아 급기야 정치권의 한 가운데에도 성폭력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음을 확인하고 말았다. 아직도 드러내지 못한 수치와 고통을 안고 힘들어 하고 있을 더 많은 여성들이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여 이 운동의 이후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일 것인 바, 아직도 남성이 여성을 바라보는 인식 가운데 여성을 성적 대상물로 여기며 가벼이 생각하는 습성이 있다면 이는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나 자신의 존재가 소중한 만큼, 그 누구든 타인의 인격이 적어도 나 자신만큼의 무게와 가치가 있음을 인정하고 서로서로 존중하고 인정하기로 한 것이 현대사회의 기본질서가 아니었던가.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부당하게 이용하여 여성의 몸을 탐하고 평생토록 참아내기 어려울 짐을 지우는 당신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러고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둥 변명을 늘어놓는 당신은 과연 오늘을 함께 살아갈 가치를 한 자락이라도 소유했다고 생각하는지.

아직도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는 동료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내라는 뜻으로 미투운동에 동참했다는 어느 여인의 숨가쁜 호소 뒤에도 그리 쉽사리 응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보통 사람들은 또 얼마나 숨죽이며 기대하게 되는지. 미투운동이 또 하나의 사회혁명으로 높은 가치를 드러내길 바라는 바이다. 말로는 양성평등을 표방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남성은 사회의 거의 모든 면에 우월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가진 능력으로 보아 전혀 뒤떨어지지 않았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 전반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아온 여성들이 이제야말로 본연의 위치를 확인하는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당연하여야 할 그 위치를 확인함에 있어, 가장 먼저 해결해야, 거두어내야 할 과제가 바로 이 `여성을 성적 대상물로 바라보는 남성의 시선`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같은 부적절하고 부질없는 시선과 욕심을 거두게 하여 모든 사람이 함께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권하여 보지만, 한가지 걱정거리가 있다. 아직도 남성위주 질서의 뿌리깊은 현실이 있다는 것. 그래서, 혹 이 미투운동의 결과로 남성들이 그동안 쌓아올린 사회질서에 빗장을 가하여 여성들에게는 아예 그 문을 열어주지 않게 되면 어쩌나 싶은 것이다. 미투운동의 진정한 지향점이 남성과 여성을 격리하는 것은 아닐 터. 함께 일하며 어울려도 어려움이 없는 사회질서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함께 일하면서도 부적절한 행태가 없이 조화롭게 굴러가는 공동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미투운동이 성공하려면, 피해입은 여성들이 더욱 용기를 내어주어야 하고, 이들의 목소리와 고통을 거울삼아 남성들이 생각과 태도를 바꾸어야 하며, 그런 후에 남성과 여성이 서로 조화롭게 존중하며 차별없이 존재하는 공동체가 만들어 져야 하는 것이다.

21세기 현대는 문명의 화려함으로만 성취되지 않는다. 서로 배려하고 인정하는 덕스러운 인성이 발현되지 않으면, 인간은 또다시 착취와 폭력에 시달릴 뿐일 것이다. 미투운동은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그 어느 변화 못지않은 `변혁`을 가져올 사회운동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미투운동이 우리 `사회`를 정말로 바꾸어가는 그 첫걸음으로 기억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