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알려주는 건강 Tip
아이들 눈 건강 어떻게 지킬까

▲ 이기일 원장<br /><br />좋은의사들 안과
▲ 이기일 원장 좋은의사들 안과

해마다 2월이 되면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를 처음 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심란해진다. 집에서 가족들과 오순도순 행복하게 지내오긴 했지만 선생님, 같은 반 친구들을 처음 상대할 우리 아이가 혹시나 단체생활에 적응을 잘할지, 취학 전에 미리 점검해야 할 다른 문제는 없을지, 챙겨야 할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하지만 좋은 학용품이나 좋은 옷보다도 소아기, 학동기를 맞는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테니스대회(호주오픈) 4강에 오른 테니스 선수 정현(22·한국체대)이 고도근시와 약시를 앓았다는 사실이 소개되면서 소아 약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1.0의 시력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상 아이의 눈은 성인의 눈과 달리 미완성 상태다. 출생 직후 아이는 어렴풋이 윤곽을 구분하는 정도의 시력만을 가지며, 점점 성장하면서 성인과 같은 시력을 보이게 된다. 적절한 시기의 소아 눈 검진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상적으로 눈과 뇌 및 시신경이 성장하면서 시력을 완성해야 하는 시기에 근시나 원시 또는 각종 소아 안질환으로 인하여 시력의 발달과 성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시력, 특별히 교정시력이 저하된다. 약시는 그 정의상, `어릴 때 발달해야 할 시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한쪽 또는 양쪽 눈의 시력이 좋지 않은 상태`다. 안경을 썼는데도 교정시력이 0.8 미만이거나 두 눈의 시력 차이가 시력표 상 두 줄 이상 차이가 날 경우 약시로 판정되는데, 성인이 되어 안경이나 굴절수술로 시력을 교정하려 해도 정상적인 시력을 되찾을 확률이 낮다. 약시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으나 대개 시력발달 시기에 굴절이상(근시, 원시, 난시) 또는 사시로 인해서 카메라 필름과 같은 망막에 선명한 상이 맺히지 않아 시기능이 떨어져 발생한다. 인구의 2~3%가 겪는 비교적 흔한 안과 질환이다.

따라서, 아이의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의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필수이다. 아이는 처음부터 성인과 같은 예민한 시력을 가지지 못하고, 스스로 이상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마저도 의사 표현이 명확하지 않아 종종 치료의 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보호자는 아이가 TV나 책을 볼 때 눈을 찌푸린다든가 너무 가까이서 보는 경우가 잦아지고 주변 사람과 눈을 잘 맞추지 못하거나 비정상적으로 고개를 기울여 쳐다본다면 반드시 안과를 방문하도록 해야 한다.

아이의 첫 안과 검진은 만 1세 이전에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시기의 안과 검진으로 아이의 사시 여부를 판명할 수 있다. 소아기에 발생하는 소아사시는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할수록 이후 경과가 좋고 다른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도 낮다. 물론 정기검진 시기가 되지 않았더라도 생후 2~6주부터 눈물이 늘 고여 있고 눈곱이 과도하게 발생하며 염증까지 동반된다면 영아기 눈물관 폐쇄를 의심할 수 있으므로 안과를 방문하여 비루관 마사지, 부지법 등 적절한 조치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미한 사시의 경우 특별한 치료 없이 지켜보는 경우가 많으며, 안과의사가 특별히 처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고가의 프리즘안경을 여기저기서 권한다고 착용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하지만, 본인 또는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발견되는 정도의 사시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수술적으로 교정해주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시를 방치할 경우, 정상안에 비해 사시안의 망막에 적절한 빛 자극이 전달되지 못하여 사시성 약시가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조기 진단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서양에서는 눈이 안으로 몰리는 내사시가 흔하지만, 한국에서는 눈의 정렬이 밖으로 벌어지는 외사시가 더 흔하다. 간혹 아이의 콧대가 높아지기 전에 한쪽 눈구석에 윗눈꺼풀에서 아랫눈꺼풀로 이어지는 피부가 넓어 안쪽 흰자위(결막)을 일부 가리는 경우에 내사시처럼 눈이 안으로 몰려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를 `가성내사시`라고 하고 아이가 성장하면서 콧잔등이 높아지면서 호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서양에 비해 동양에서 흔하다.

만 3세 경에는 안과를 방문하여 시력, 굴절, 사시 및 기타 선천적 안질환 등을 정밀검사를 통해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 시기부터 눈에 문제가 있으면 적절히 관리해주어야 만 5~6세 전후로 정상적인 시력이 형성된다. 또한, 만 10세 전에는 약시 치료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는 약시 치료가 늦으면 늦을수록 치료의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약시의 경우, 4세에 발견한 소아약시의 치료 확률은 95%에 달하며 반면에 8세에 발견한 소아약시는 치료확률이 23%에 불과하다는 보고가 있다. 약시의 치료는 우세안 또는 정상안을 가려주는 가림치료, 적절한 안경의 착용 등이 주된 방법이며 사시가 심한 경우에는 수술적으로 일찍 교정해주기도 한다.

약시는 일찍 치료를 시작할수록 완치 가능성이 커지므로 늦어도 만 7세 이전에는 치료해야 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정상 시력으로 회복하기 어렵다. 201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 기준 연간 약시로 병원을 찾는 환자 2만2천여명 중 10세 미만이 62%로 보고되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안과 검진에 협조적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때문에 부모님들은 정기적으로 안과에 방문하는 것에 피로함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약시 치료에는 골든타임(golden time)이 존재하므로 지나치지 않고 반드시 아이의 소아기 시력을 확인해주는 것이 좋다. 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라 하였는데, 우리 아이들에게 소중한 시력을 제대로 `물려주기` 위해서는 방심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