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br /><br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지역대학은 지역의 사랑을 받으며 전국으로 또는 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 최근 지역 대학들(필자는 개인적으로 `지방대학`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의 움직임에서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신선하다.

1980년 필자가 미국 유학길에 오를 때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에서 비행기를 바꾸어 타야 했다.

처음으로 미국에 가는 설레임 속에 비행기를 타려고 줄을 서있는데 내 뒤에 서있던 미국인이 물었다. “왜 미국에 가는가 ?”

그후 이 미국인과의 대화는 이렇다.

“왜 미국에 가는가?” “유학 간다”

“어디로 가는가 ?” “스탠퍼드로 간다”

“오, 팔로알토 !” “노, 팔로알토가 아니라 스탠퍼드”

그 미국인은 웃고 있었다. 필자는 그가 왜 웃는지 몰랐다. 팔로알토(Palo Alto)가 스탠퍼드 대학이 있는 동네 이름이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이들은 대학이름을 떠올릴 때 동네이름을 떠올리는 것이 보편적이다.

물론 스탠퍼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를 세운 것은 지역을 사랑한 명문대학의 노력이고 또한 그 실리콘밸리는 그 지역의 자존심이 되었다.

또 이런 일화도 있다.

1994년 포스텍이 최고경영자과정(PAMTIP)을 만들 때 반대가 꽤 심했다. 연구중심대학이 그러한 대중적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코드가 맞느냐는 논쟁이었다.

사실 미국 최고봉의 공과대학 MIT는 최고경영자 과정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 그러한 과정들이 오히려 지역을 사랑하고 공헌하는 대학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30여 년 전 포스텍이 설립되었을 때 지역민들은 지역 최초 4년제 대학설립에 설레면서도 입학이 어려운 포스텍에 대해 큰 거리감을 느꼈던 터였다. 그렇기에 최고경영자 과정의 설치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현재 포스텍의 PAMTIP은 24년의 역사와 1천명이 넘는 지역 졸업생들이 전국에 퍼지면서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인 대학의 큰 자산이며 네트워크가 되고 있다. 필자는 10년간 PAMTIP 주임교수를 역임했는데 “국내 최장수 최고경영자과정 주임교수”라는 농담을 하곤 한다.

최근에 대구 테크노파크에서 하나의 퍼레이드로 큰 화제가 있었다.

디지스트(DGIST, 대구경북과기원)가 올해 첫 학부 졸업생을 내면서 학교 구성원들과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대학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졸업 퍼레이드를 개최했다고 한다. 대학이 위치한 대구 달성군 현풍면, 유가면 일대에서 중고교 졸업생들과 재학생, 교직원, 지역주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디지스트 교수, 졸업생이 한 줄로 걸어가는 모습은 지역과 함께하는 대학을 실천하는 모습으로 전국적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페이스북에 소식을 올려봤는데 반응이 폭발적이고 최근 정부주관 과학기술대학 회의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런 졸업식 퍼레이드가 외화내빈인 한국 대학의 졸업식을 풍성하게 만들고 커뮤니티와 대학이 어울리는 잔치로 계속 확장되었으면 한다.

졸업 퍼레이드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옥스퍼드 대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실시해왔다. 졸업식이 벌어지는 날 시내 퍼레이드 풍경은 장관을 이룬다. 그 도시의 중심 거리를 교통경찰 지원을 받아서 졸업생들이 당당히 걸어가는 모습과 이를 환호하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대학과 시민이 하나가 되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영국의 대학가 풍경이다.

한국에서 지역대학을 육성하는 것은 지역대학들이 지역과 함께 호흡하면서 지역의 사랑 속에 전국으로 세계로 도약하는 것이다. 지역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서울로 몰리는 대학 인구를 지역으로 분산하고 각 지역의 대학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각개약진을 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