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범프스탁(bump-stock)을 규제하는 행정각서에 서명했다고 한다.

`범프스탁(bump-stock)`은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1발씩 발사되고 재장전되는 반자동 방식의 총에다 설치할 경우 방아쇠를 누르고만 있어도 1분당 400~800발의 완전자동 사격이 가능해지는 기계장치를 가리킨다.

미국에서 이처럼 총기규제 목소리가 커진 것은 지난 14일 플로리다주 한 고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이후부터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 남학생이 반자동 소총을 난사해 17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미국은 과거에도 여러차례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고, 그 때마다 총기 규제 강화 여론이 들끓었지만 그때 뿐이었다. 실질적인 정치권의 움직임이나 정책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취임 이후 총격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그 원인을 느슨한 총기 규제보다 총격범의 `정신 건강` 문제로 지목해 학생들의 분노를 샀다.

미국, 그중에서도 특히 플로리다주는 총기 소지나 구매에 관한 한 남용에 대한 부작용보다 `자기방어`와 `무장의 자유`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현행 플로리다주 총기 구매 규정에 따르면 권총은 21세이어야 구매가 가능하지만, 반자동 소총은 18세 이상이면 살 수 있다. 권총은 구매 전 3일 동안 대기 기간을 거쳐야 하지만 반자동 소총은 중범죄나 가정폭력 유죄 평결 기록이 없고, 정신과 상담을 받겠다는 서약만 하면 누구나 총기상에 들어가 몇 분만에 살 수 있다. 총기소지 또한 자유롭다. 공개된 상태(open carry)로는 갖고 다닐 수는 없지만 보관함 등에 가려진 채로 소지하고 다니는 것은 허용된다. 박스에 넣어 차량에 싣고 다닐 수도 있고, 주립공원 등에도 가방 등에 넣어 소지할 수 있다.

총기사고로 인한 총기규제 강화시위와 미 정부의 무신경한 대응태도가 숨바꼭질하듯 되풀이되는 걸 보노라면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정쟁을 지켜보는 듯한 기시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니 이 대목에서 “바보야, 문제는 총기 자체야”라고 콕 꼬집어 말하고 싶은 것은 정의감일까, 오지랖일까.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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