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곤<br /><br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일제강점기와 광복, 그리고 한국전쟁으로 비롯된 남북분단이라는 질곡의 근·현대 역사는 봉건사회의 몰락과 근대국가 형성이라는 과정 속에서 우리민족 고유의 문화적 가치관과 삶의 방식이 체계적으로 반영되지 못한채 관념적인 서구의 자본주의 형식과 문화양식만을 쫓아가는 우려를 범해 왔다.

만약 우리민족이 가지는 문화공동체 삶의 방식이 민족국가 형성에 결부되어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접목되어졌다면 우리의 삶과 문화적 감성은 더욱 풍요로워졌을지도 모른다. 더불어 우리 고유의 전통양식과 합리적인 서구양식이 예술이라는 광의적 개념 속에 조화롭게 융화되었다면 우리의 문화예술은 창의적 발전으로 더욱 찬란하게 빛났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 중 시각예술의 중심이 되었던 일제강점기 `조선미전`과 광복 이후 개최되었던 `대한민국전람회(國展·국전)`은 한국미술의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과 영향력을 주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연구와 체계적인 분석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국전에 대한 심도 깊은 전시와 학술세미나가 경주에서 개최되어 학계의 비장한 관심을 모았다.

이는 21세기 시각에서 20세기 한국미술의 중심에 있었던 국전과 참여 작가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국전이 가졌던 문제점과 긍정적 요소를 함께 고찰해 보자는 취지였다. 돌이켜 보면 한국 미술계의 절대 권력과 정부가 보장하는 조건들을 충족시켰던 국전 출신의 수많은 작가들 중에서 과연 몇 명이 현재 우리 미술을 주도해 나가고 있는가는 논제는 퍽이나 흥미로운 내용이 된다.

21세기 미술은 공모전의 성적으로 작가의 지위와 명성으로 평가되기 보다는 미술시장에 의해 지배되어지는 환경적 변화를 피부로 느끼는 시대를 살아가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처럼 현대미술의 다양한 양식과 자기표현의 방식 속에서 영남을 비롯한 비수도권에서 활동 중인 수많은 작가들은 신진작가의 공인된 등용문이며, 입상자들의 작품발표 기회와 더불어 콜렉터, 화랑관계자들과의 원활한 정보 교류 등 여러 가지 효과에 대한 집착을 무시할 수는 없는 전람회로 국전을 인식하고 있다.

공모전 심사과정에서 생겨났던 다양한 부정적 요소와 이로인해 국내 미술계에 끼친 부정적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지만 대구·경북 미술이 가졌던 위치와 이러한 활동이 현재 영남화단에 끼친 영향에 대한 연구는 무척 고무적이었다.

1922년부터 1944년까지 23년간 운영된 조선미전을 통해 국내미술계에 두각을 나타낸 미술인들은 서울, 평양과 함께 대구·경북 화가들이 당연히 돋보였으며, 1949년부터 1980년까지 진행되었던 국전`역시 대구·경북 화가들의 저력과 뛰어난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공간으로는 더 없이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고 본다. 물론 150여 년 전 프랑스의 `살롱전`을 통해 공모전 제도의 문제점과 한계를 나타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창의적인 작가 발굴과 등용문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새로운 규정을 보완하며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역사적으로 공모전의 한계와 폐단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었으며, 서양에서도 제도적 모순에서 비롯된 크고 작은 사건들이 현대 미술사를 장식해 왔다. 영남미술의 전통과 새로운 가치를 찾아 한국미술을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국전에 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