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모래가 나를 짓눌러 온

붉은 바위를 먹고 있다

바위 속으로 섬광처럼 난

길의 비밀도 먹고 있다

부드러운 모래 능선을

깎아내고 보태며 회오리치던

내 삶이 묻힌다

따뜻하다

모래 속에는

극약 같은 향(香)도 있다

모래가 짓눌러온 붉은 바위를 먹는 것처럼 황량하고 허무한 것이 우리네 생이라는 인식에서 시는 출발하고 있음을 본다. 이처럼 모래 속에 묻히는 삶을 시인은 따뜻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죽음에 대한 담담한 수용이고 삶 속의 죽음, 죽음 속의 평화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