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용 택

구름처럼 심심하게 하루가

간다

아득하다

이따금 바람이 풀잎을 건들고 지나가지만

그냥 바람이다

후딱 지나간 저것이 설마

귀신은 아니겄지?

유리창에 턱을 괴고 앉아

밖을 본다. 산, 구름, 하늘, 호수, 나무

운동장 끝에서 창우와 다희가 이마를 마주 대고

흙장난을 하고 있다

호수에 물이 저렇게 가득한데

세상에, 세상이

이렇게 무의미하다니

바람이 스치는 산골 학교의 풍경을 잔잔한 서정의 필치로 묘사하고 있는 시다.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의 흙장난 모습을 보여주면서 평온하고 평화로움을 얘기하는 듯하지만, 시의 뒷부분은 아름다운 자연과 삶의 무의미성에 관한 시인의 인식을 보여주는 예리한 시적 아이러니를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