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립도서관 장서 규모
시민 1인당 1권꼴 `53만권`
OECD국 평균 절반에 그쳐
서가 텅 비고 신간 절대 부족
올 도서구입비마저 1억 삭감
시민 독서욕구 충족에 한계

도서관에 책이 부족하다.

포은중앙도서관의 경우에도 신간서적 입고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보유중인 도서도 인기 있는 책들은 대부분 대출중이라 시민들의 독서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에 발맞춰 지식사회를 이끌 견인차 역할은 물론 평생교육의 도량으로 자리잡아야 할 도서관이 제 역할을 하도록 도서구입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게 시민 여론이다.

하지만 올해 포항시의 도서 구입 예산은 오히려 삭감된 것으로 나타나 시대적인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7일 포항시립도서관 등에 따르면 지난해 포항시의 도서 구매 예산은 약 6억3천만원이었으나 올해는 약 5억3천만원으로 1억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47곳의 지역 내 작은도서관 조성 사업이 마무리됨에 따른 것이라고 당국은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5만6천여권의 도서를 구입했던 포항시립도서관은 올해 구매 도서를 4만4천여권으로 줄여야 할 상황이다.

포항시립도서관의 본부격인 포은중앙도서관을 비롯한 시립도서관의 도서관 장서는 모두 53만143권(지난해 11월 말 현재)이다. 시민 1인당 1권꼴로 OECD가입국 평균 1인당 2권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개가식 서가의 절반가량이 텅 비어있는 현실이 도서확보 수준을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장서를 비치할 공간은 충분하지만 책 구입 예산이 없어 외관만 화려할뿐 속은 텅빈 외화내빈이다. 포은중앙도서관 송영희 관장은 “모든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신청받은 도서와 신간 위주의 좋은 도서를 선정해 평균 5천권 정도를 매월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10월 개관한 포은중앙도서관은 경북 제1도시인 포항의 위상에 걸맞게 하루 평균 방문자가 5천명 가량에 이른다. 주말에는 7천~8천명 이상이 찾는다. 특히, 도서관에서 실시하는 각종 인문학 강좌와 문화 교양 프로그램 등이 전폭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방문자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관련 도서의 대출제도 역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시민들의 독서 갈증이 높은데도, 관련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자 포항시의 문화행정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시민 김혜민(32·여)씨는 “책 읽는 도시를 조성하겠다며 천명한 포항시가 도서 관련 예산을 오히려 줄였다고 하니 말이 되느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장기훈씨(60·포항시 덕산동)는 “직장에서 은퇴 이후 갈 곳도 마땅찮아 거의 매일 도서관을 찾는다”며 “인문학 도서를 중심으로 역사서 등을 주로 대출하는데, 오래된 책만 비치돼 있고 언론에 신간으로 보도되거나 인기있는 책은 거의 없다시피하다”고 밝혔다.

포항시립도서관은 이런 지적에 대해, “도서관에는 없지만 시내 일부 서점에서 희망도서를 구해 읽고 도서관으로 반납하는 제도인 `희망도서바로대출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제도와 연계해 신간 도서 대출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할 서점에도 학습 참고서와 일부 인기 에세이류를 제외하면 사실상 신간도서를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도서관측은 사서들로 구성된 `도서선정위원회`가 분기별로 양질의 도서를 선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용시민들은 그러나 “신간을 사서들 견해 위주로 선정할 것이 아니라 각 분야의 다양한 시민들로 `시민도서선정위원회` 등을 구성해 수요자의 욕구를 반영하고, 전문분야와 수요별로 균형잡힌 신간 구입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항지역 내 6개 시립도서관과 세명기독병원 등 작은도서관이 보유한 장서까지 포함하면 약 81만권에 이른다. 그러나 작은 도서관 소장도서를 뺀 53만권은 비슷한 인구수의 성남 분당구(130만권), 경남 김해시(61만권), 경기 안양시(146만권) 등 도서관 행정에서 앞서가는 도시와 비교하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81만권을 기준으로 따져도 포항지역 인구 1인당 장서 수는 1.53권으로, 이는 지난해 국민 1인당 공공도서관 장서수 2.1권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 장서 1인당 2권보다도 크게 저조해 포항시의 장서 확보 노력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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