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
▲ 배개화 단국대 교수

30일부터 인터넷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거래할 때 거래자의 실명을 밝혀야 한다. 이것은 최근에 가상화폐에 대한 `묻지마 투자`열풍을 조절하기 위한 정부의 한 조치이다. 원래 정부는 비트코인 등과 같은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언론에서 투자자들의 반발을 연이어 보도하자 정부는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해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금지안에 가장 반발한 사람들은 2030세대라고 한다. 2030세대들이 5060세대가 부동산과 주식 투자 등으로 돈을 벌어서 부자가 됐으면서 자기들이 비트코인 투자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막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보도에 따른다면 2030세대들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투자를 흙수저에서 금수저로 가는 마지막 기회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bitcoin)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온라인 암호 화폐이다. 중앙은행 없이 전 세계적 범위에서 P2P 방식으로 개인들 간에 자유롭게 송금 등의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비트코인은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을 쓰는 프로그래머가 개발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비트코인의 양은 2천100만 비트코인으로 제한했다.

거래할 수 있는 양의 유한성으로 인해서 비트코인의 거래가격이 점점 높아졌다. 한국의 경우, 비트코인은 지난해 말 연초 대비 19배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덩달아서 이더리움과 라이트코인 등 기타 알트코인-비트코인의 기술을 모방한 또다른 가상화폐-시장으로 투자 열기가 이전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문제점이 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거래소에 따르면 1비트코인 당 시세는 26일 오전 10시 54분 1천296만2천원이었다. 이는 21일 오전 1천600만원대와 비교하면 5일새 400만원가량 급락한 것이다. 이처럼 급락한 이유는 미국 금융기관 평가사인 와이스 레이팅스가 최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등급을 `C+`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급락의 폭이 큰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의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작년 한해 약 1천100% 치솟았지만 현재는 최고치보다 약 40% 이상 낮은 1만1천달러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변동성은 투자 전문가들이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를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2의 워런 버핏이라고 불리는 세스 크라먼은 가상화폐는 디지털 시대의 튤립으로, 높은 가격 상승세와 변동성으로 인해 교환·거래의 수단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저장의 가치도 획득할 수 없다며 자신은 비트 코인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코바세비치 전 웰스파고 회장은 비트코인 거래는 일종의 `다단계 수법`으로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가 비트코인을 구매하리라 믿고 내기를 걸면 베팅을 한다”고 주장했다.

작년 한 해 비트코인의 거래가격이 19배 상승했다는 것은 많은 투자자들을 비트코인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개인 투자로 19배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는 현재 우리나라에 비트코인 시장 말고는 없다. 그리고 현재는 이 시장에 먼저 일찍 투자하여 19배의 수익률을 얻은 사람들을 보면서 신규 투자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하룻밤새 가격 폭락으로 엄청난 손실을 본 사람들의 이야기도 보도되고 있다.

필자는 이런 높은 수익률에 끌려 2030세대가 은행 빚을 내서까지 비트코인에 투자를 한다는 것이 걱정스럽다. 지금이 젊은이들에게 노력해서 좋은 일자리를 얻기 어렵고 쉽게 부를 축적하기 어려운 시대다보니 쉽게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이런 투기로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모두 우리사회가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와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삶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인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