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석 주

어느 날 너는 내게로 왔어

두 팔을 뻗어 안으려 하자

너는 낱낱의 원소가 되어 사라졌어

넌 공중에 빗방울 파종하는 구름이었지

낮잠 끝에 흩어지는 모래알이었어

안 돼, 그렇게 가버리는 건 싫어

안 돼, 네가 없다면

난 미쳐 버릴거야

네 살점을 조금만 떼어주면 돼

네 피를 한 모금만 마시게 해 주면 돼

아아, 그러면 살 수 있을텐데

널 사랑할 수 있을 텐데

인간이 갈망하고 간절히 기다리는 것은 쉽게 와 닿지 않고 어쩌면 영원히 이룰 수 없는 근원적 한계를 가진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시인이 원하는 고양이는 쉽게 가질 수 없으며, 원소가 되어 사라져 버린다고 말하는 것은 이러한 인간의 숙명적 한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실패와 좌절이 연속되더라도 인간은 끝없이 욕망하고 그것의 성취를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그게 우리네 삶이고 한 생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