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림·박명재 “보여주기식 정치쇼에 불과”
이철우 “양다리 걸치는 어정쩡한 정치 안해”

경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후보군들이 이철우(김천) 의원의 의원직 사퇴 문제를 두고 충돌했다. 이 의원은 2월 7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뒤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사퇴 소회를 밝힐 예정이다. 그러면서 의원직 사퇴를 처리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이에 경쟁후보인 김광림(안동), 박명재(포항남·울릉) 의원도 의원직 사퇴 여부를 놓고 고심했으나 당과 도민을 생각했을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의원직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경쟁후보들은 이 의원의 의원직 사퇴는`정치적으로 무책임한 선택`, `보여주기에 불과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급기야 이 의원이 이를 반박하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이 의원은 29일 일부 경쟁자 측에서 의원직 사퇴가 `보여주기식 정치쇼`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다른 경쟁자들처럼 양다리 걸치는 식의 어정쩡한 정치는 하지 않는다는 게 정치 신조”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이어 “우리 당이 어려움에 직면한 것은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 등 당직자들이 희생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발언에 대해 책임도 지지 못하면서 상대방 흠집내기에만 급급하는 것은 선거에 출마한 당사자의 자신감 결여”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협위원장과 당직,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는 경우는 내가 처음”이라며 “그동안 당내 경선에 참여해서 패하면 국회의원직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관례였지만 경선에 지더라도 의원직 사퇴를 철회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경쟁 후보들은 공개적으로 재반박해야 할지, 아니면 무대응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실제 각 캠프에서는 이 의원의 의원직 사퇴에 대한 대응논리를 만들어 놓는가 하면, 어떤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 득이 되는지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경쟁후보들은 국회의장이 의원직 사퇴를 처리하지 않다가 경선에서 떨어진 의원의 사퇴서는 돌려보냈던 만큼, 경선 전까지는 의원직 사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 측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의원직 사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만 했다. 박 의원 측에서는 “의원직 사퇴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후원회 계좌 폐쇄, 보좌진 사직 등 후속조치가 있어야 된다”고 말을 아꼈다. 남 유진 전 구미시장 측은 “말로만 의원직 사퇴한다고 하지 말고, 사퇴증을 도민들에게 보여줘야만 진정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원직 사퇴를 위해서는 본인이 서명·날인한 국회의원 사직의 건을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정기·임시국회 회기 중이면 의원직 사퇴 안건을 본회의 표결에 부쳐야 하고, 폐회중일 경우에는 국회의장이 사직을 허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폐회 중 국회의장 재량으로 사직서를 수리한 사례는 한국당 배덕광 의원으로, 엘시티 금품비리에 연루돼 구속수감 됐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비쳐봤을 때 이 의원의 사퇴 여부는 본회의 표결이 유일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국회법 109조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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