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일어난 화재로 사망자 39명을 포함 사상자 수가 190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일어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같은 유형의 대형화재가 발생해 수많은 목숨들을 앗아갔다. 후진국형 참사라고 밖에 더 말할 수가 없다.

2010년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친 포항시 남구 인덕동 인덕요양병원의 화재사건과도 이번 사건은 판박이다. 8년 전에도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화마를 키웠다. 대다수의 사망자가 고령자인데다 유독가스를 흡입한 후 사망 한 것도 똑같다. 소방당국이 사고 현장에 일찍 출동했으나 화재발생 장소에 집중하지 못한 탓인지 인명 사고가 커진 것은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때와 같았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숨진 것도 어이없는 일이다. 소방당국의 초동 대응 실패라고 밖에 볼 수 없다.

8년 전 이나 지금이나 판박이 대형사고가 터진다는 것은 우리사회의 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한 것인지를 입증한다. 국민의 안전의식도 기대이하이지만 방재에 대한 당국의 안전망도 대충이다. 포항제철소 내 산소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4명이 모두 질소가스 질식으로 사망한 사고도 5년 전과 판박이라 한다. 사고원인이야 당국에서 조사를 해봐야 알겠으나 외견상 판박이로 보인다는 것은 안전시스템이 허술하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복합건물에 대한 화재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제천시 스포츠센터 사고 때도 같은 지시가 내려졌으나 현장에서는 판박이 사고가 계속된다면 국민에게는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사후약방문식 조치 말고 현실적인 사회망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소방안전 관련 5개 법안이 낮잠을 자고 있다고 한다. 공공주택에 소방차 전용구역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 등 대부분이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제천시 화재로 지난해 12월 국회는 다급하게 행정안전위원회를 열어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놓았지만 본회의 일정을 이유로 아직 이 법이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이 2016년 발의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은 국민안전처가 공공시설 및 다중시설의 재난 안전도를 평가한 뒤 결과를 공표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밀양 세종병원 참사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병원의 불법증축과 스프링클러 등 안전시설 미비 등이 당국의 감시망을 통해 개선될 수 있었던 법안이다. 여야가 법안 처리에 한심한 작태를 보여 놓고도 정쟁만 벌이고 있다니 통탄할 일이다.

지금 우리 국민은 불안하다. 또다시 어느 곳에서 무슨 대형사고가 터질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법과 원칙에 따른 완벽한 안전망 구축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