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수사 관련 입장발표에 문재인 대통령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등 전·현직 대통령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파장이 여야 정치권으로 번지면서 또 다시 극심한 갈등양상으로 번져갈 조짐이다. 국가가 처한 엄중한 처지를 생각한다면 나라의 큰 지도자들이 이렇게 추악한 게임을 벌여 국격(國格)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손잡고 온 힘을 다 쏟아도 모자랄 판에 치졸한 앙갚음 논란이나 벌이는 상황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전날 검찰수사에 대한 입장성명에 대해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보도됐다. 박수현 청와대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 보복 운운한 것에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날 이 전 대통령의 성명 직후엔 공식반응 없이 넘어갔던 문 대통령의 새삼스러운 언급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전날 이 전 대통령의 성명은 3분 정도의 짧은 내용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검찰수사를 `노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면서 “재임 중 모든 일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으니 본인에게 직접 물으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후안무치`라는 용어까지 동원해 맹비난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이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주장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을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이라고 비판하면서 검찰의 독립성을 강변했지만, 국민들 중에 그 말을 믿을 사람이 아직 많지 않은 것이 정직한 현실이다. 문 대통령 자신도 회고록에서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 `참여정부에 대한 증오심과 적대감에서 시작된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한 바 있음을 역지사지(易地思之)해야 할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든 누구든 죄를 지었다면 책임을 명백하게 물어 법치주의를 확립해야 하지만, 그러려면 검찰수사가 먼지 털기 식으로 진행돼 정치보복이라는 말이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정권이 바뀔 적마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전직 대통령을 악착같이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려고 발싸심하는 이런 장면은 어쨌든 국민과 국가, 국제사회에 수치스럽고 불행한 행태다.

노 전 대통령 수사에서 정권이 `논두렁 시계` 따위의 수사 정보를 흘리는 망신주기 자행을 목도했던 국민들은 작금의 `특활비 명품구입비 사용` 폭로를 바라보면서 서글픈 기시감에 빠진다. 문 대통령도 자신의 말 한마디가 정치권과 검찰에 미칠 영향을 숙고해야 한다. 대통령이라는 권좌에서 나온 `분노`는 자칫 또 다른 엄청난 비극을 잉태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만들 좀 싸우고 국민들 먹고 살 길이나 좀 뚫어줬으면 좋겠다, 이게 진짜 민심의 요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