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태<br /><br />대구본부 부장
▲ 김영태 대구본부 부장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 공모에 비공개로 응모했다. 지난 8일 대구 엑스코에서 지방선거 출정식을 방불케 하며 개최된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홍준표 대표는 “대구에서 정치하는 것이 평생 소원이었고 이번에 이루게 됐다”라는 말로 북구을 당협위원장 공모를 부인하지 않았다. 당 안팎에 일고 있는 당 대표의 험지 차출에 대한 압박에 “대구에서 오는 21대 총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고 참신한 인물을 키워 출마시키겠다”라는 말로 반박하며 진화에 나섰다.

홍 대표의 이번 언급은 다분히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을 맡는 것에 대한 부담의 표출로 해석되고 오는 지방선거를 대구에서 진두지휘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되기도 하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이른바 집토끼에 해당하는 대구·경북을 다독이고 이를 바탕으로 동남풍을 일게 하려는 의도라는 거창한 의미까지 부여하는 이들도 있다.

즉 서울과 수도권의 산토끼를 잡기에 앞서 든든한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이라는 집토끼를 최대한 확보하려는 것으로 야당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평범한 수순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홍문표 사무총장은 “아무리 당 대표라도 출마 여부는 대구시민에게 달려있다”고 언급해 출마에 대한 여운을 남기면서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결국 시민들이 원하면 대구에서 총선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대구시민에게 다시 책임을 떠넘긴 셈이 됐다.

새로운 정치적 구심점을 찾으려는 대구·경북 자유한국당 당원들이야 반대할 리 만무하다는 점에서 홍 사무총장의 발언은 결국 “대구 시민들이 원하면 대구에서 총선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대구시민을 압박하는 카드가 되는 상황이다. 또 당협위원장 공모 수순을 볼 때도 순수하게 출마하지 않겠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대구에서 정치를 하고 싶었다면 아무리 당 대표라도 비공개로 당협위원장을 신청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동안 홍 대표의 이미지로는 당당하게 공개적으로 공모에 응했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당내 김태흠 최고위원과 박민식 전 의원 등을 중심으로 `홍 대표 험지 출마론`이 다시금 제기되는 등 끊임없이 차출론이 거론되는 도화선이 되고 있다. 이들이 지적하는 공통된 의견은 텃밭인 대구에 셀프 공천 입성을 통해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나홀로 꽃길을 걷겠다는 판단이며 선당후사를 해야 할 당 대표의 이미지에도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서울과 경기는 가시밭길이고 홍 대표가 도지사를 지냈던 경남을 비롯한 부산지역도 자유한국당의 무덤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같은 행보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5일 오전 자유한국당 대구 북구지역 광역·기초의원 20명이 가진 홍준표 대표의 대구입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문제가 되고 있다.

모 의원이 직접 이들을 소집하고 손수 작성한 결의문을 낭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천권을 쥐고 있는 지역 국회의원의 한마디에 자발적인 참여라기보다는 대세에 따르라는 일종의 `어명`으로 들렸을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지역에서는 `또다른 친박`의 등장이라는 냉소적인 견해마저 나오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른바 `홍사모`와`홍대세` 등이 다시 날뛰기 시작한 데에서도 이같은 의견이 공감을 얻고 있다.

대구시당 신년인사회에서도 이들은 홍 대표 경호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귀에 보청기를 끼고 경호 아닌 경호를 하는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됐다. 이 과정에서 장우산을 들고 보청기를 낀 상태로 경호하는 장면이 연출돼 경호의 `경` 자도 모르는 기본도 되지 않은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집토끼를 다독이겠다는 자유한국당의 또다른 `친홍`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