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선애<br /><br />대구가톨릭대교수·한국어문학부
▲ 임선애 대구가톨릭대교수·한국어문학부

새해가 시작되고 훈훈한 덕담을 주고 받느라 분주하다. 해돋이 구경을 간 부지런한 사람들은 새해에 처음 떠오르는 해를 맞으며 들뜬 감동을 태양의 온도만큼이나 뜨거운 언어들로 전해왔다. 그 모든 언어들을 버무려서 한마디로 비벼내면 `희망찬 바람`으로 들린다.

모두의 간절한 바람처럼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세상사가 어디 좋은 일들로만 기득하랴.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고준희 양의 소식을 가슴 졸이며 기다리다 새해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준희 양의 소식에 조바심을 내었다. 결국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어 많은 사람들을 안타까움에 빠지게 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화재로 인한 삼남매의 죽음 소식은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즈음 일부의 젊은 부모들이 생활의 어려움, 부부 사이의 불화 등을 이유로 자식들의 목숨을 해치는 소식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어른이 어른답지 못한 판단과 행동으로 어린 생명들이 무자비하게 희생되는 보도들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6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아동 학대 사건 1만8천700건 중 만 6세 미만 아동 학대 건수는 21.5%인 4천16건에 이른다. 통계 자체가 신고된 건수에 한정해서 집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취학 아동 실제 학대 건수는 통계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와 복지부가 2016년부터 어린이집·유치원 등 미취학 아동 보육기관에 이틀 이상 결석을 하면 장기결석자로 보고, 이들을 관리하는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매뉴얼들은 권장사항일 뿐이기 때문에 준희 양처럼 치료를 목적으로 장기 결석을 해도 그 내막을 알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미취학 아동은 신고 사각지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효성 있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

법 마련 이면에 더 심각한 문제는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어른답지 못한 이들은 결코 어른아이는 아니다. `어른아이로 산다는 것`(지민석, 2017)이라는 책을 보면, 어른아이는 세상 풍파와 맞닥뜨리며 어른 행세를 하며 살아가지만 아직 마음 한구석에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동경하는 아름다운 어른이다.

`~답다, ~다운`이라는 말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공자이다. 논어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노나라 태생인 공자가 노나라의 어지러움을 피해서 제나라로 갔다. 제나라의 경공은 공자를 환대하며 나라를 다스리는 도리를 물었다. 공자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즉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는 말로 각자가 자신의 분수와 명분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말로 답했다.

제나라가 공자의 말을 우습게 여기고 받아들이지 않아서 화를 면치 못한 후일담은 뒤로 하고,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에게 화를 당하는 어린이들을 볼 때, 공자의 이 말처럼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말도 흔치 않다.

각종 뉴스를 통해서 제 자리에서 각자의 몫을 하지 못할 때 생기는 혼란스러움이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보고 있다. `어른`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결혼을 한 사람, 한 집안이나 마을 따위의 집단에서 나이가 많고 경륜이 많아 존경을 받는 사람, 남의 아버지를 높여 이르는 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2018년에 우선적으로 그려야 할 꿈은 결혼을 한 사람이 낳은 자신의 자식을 잘 키워내는 어른이 되는 것이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