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복덕<br /><br />포항시의회 의원
▲ 장복덕 포항시의회 의원

트로트 세대로서 좋아하는 남자가수를 꼽으라면 어딜 가더라도 `나훈아`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것은 타고난 가창력과 꾸준한 자기계발, 더불어 혼신을 다해 어딜 가도 돈값을 하기 때문이다. 나훈아가 부른 노래는 2천500여 곡으로 그 중에 800여 곡을 자작곡으로 부르고 히트를 시켰다고 하니 보기드문 싱어 송 라이터이며 아티스트가 아닐까 싶다. 중학교 시절 유행했던 노래가 `해변의 여인`이었는데 마침 송도해수욕장의 개장식에 나훈아가 출연하면서 어린 생각이었지만 특유의 열정과 무대 매너에 반해 열혈 팬이 됐다.

고등학교 때는 용돈을 모아 나훈아 리사이틀을 기다렸고 우습게도 나훈아를 위해 전달될 수도 없는 수많은 작사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마음 속에 담아 둔 나훈아가 11년의 침묵을 깨고 신곡을 발표했고 콘서트를 통해 대중을 만나고 있으니 팬으로서 반갑고 다행스런 일이라고 생각한다.

타이틀곡인 `남자의 인생` 가사는 어린 학생의 일기같이 읽혀지지만 수많은 경험에서 채득한 남자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고 자신이 이루지 못한 회한도 담겨 있는 듯하다. 무릇, 어느 대중가요 가사처럼 결코 나훈아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지도 모른다.

우스갯소리지만 남자들은 예비군을 마칠 때 힘이 빠지고 민방위를 마칠 때는 허탈하며 그보다 더 힘이 빠지고 허탈할 때가 국민연금신청서가 날아올 때라고 한다.

매번 배달되는 국민연금공단의 안내서를 보고는 늘 무덤덤했지만 이번의 안내서를 보고는 놀란 것이, 언제까지 국민연금을 청구하라는 것이었다. 그 나이인줄 모르는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그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온 몸에 소름이 돋고 하루 종일 “벌써”라는 말을 되뇌었으니 말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나이를 잊고 자기 관리를 하며 나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성공한 사람도 많다. 성공은 금전적 성공도 있고 사회생활의 성공과 인간다운 성공도 있을 테지만 그 어느 곳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면 나이들어 더 슬픈 일일진데 나훈아 또한, 부를 얻고 명예를 얻었지만 얻지 못한 또다른 것에 멍울진 가슴일 것이다. `남자의 인생` 가사를 보면 “지는 노을에 가슴이 짠하고, 서른아홉 정거장을 거치면서 운 좋으면 앉아가고 아니면 서고 지쳐서 집에 간다”고 하듯 세상의 아버지들이 겪고 있는, 가슴 속 퍼내지 못한 애환을 에둘러 피상적인 삶으로 표현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꽃길만 있다면 어느 누구가 땀을 흘리고 열정을 쏟겠는가?

그래도 얼굴의 주름숫자만큼 열심히 살아 온 인생이니 모두를 얻지 못해도 보람은 있을 것이다. 필자가 나훈아와 같은 나이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에 충실하며 앞만 보고 달려 왔고 잇속을 생각하지 않으며 살아 왔던 것에 비춰보면 내 것은 하나도 없지만 열심히 살아 온 것에 방점을 찍는다.

아직은 인생을 논할 만큼 살지는 않았지만 나이가 들면 바람따라 가야지 바람을 이기려하면 안된다고 했다. 자칫, 바람과 함께 모든 것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늙어 인생은 목소리 키워 되는 일이 없고 힘으로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바람이 옮겨 놓은 자리가 내 자리이고 쉼터이며 그 곳이 꽃길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남자의 인생에 이런저런 애환들이 한 둘이겠느냐 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삶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자.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여 아픔 없고 고통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비록 쥐꼬리 국민연금을 받을 지라도, 이뤄 놓은 성공이 없고 운이 따라주지 않더라도 아직은 저만치 꽃길이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