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
▲ 배개화 단국대 교수

요즘 TV 뉴스나 케이블 TV 뉴스 채널에서 계속해서 `제천 화재`에 대해서 보도하고 있다. 21일 오후 4시쯤 제천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사망하고 36명이 다쳤다. 그런데 사망자 중 20명이 2층 여자사우나에서 발견되었다. 그런데 3층 남자사우나에서는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다. 이처럼 2층과 3층의 피해 규모가 차이가 나는 것은 `우연`과 `필연`이 조합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3층 남자사우나에서 한 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은 것은 이발사로 일하는 직원이 손님들을 비상구로 탈출시켰기 때문이다. 반면에 2층 여자사우나에는 그 전날 직원 2명이 해고되어 출근하지 않았다. 세신사가 출근했지만 그녀는 불이 난 것을 알고는 2층 복도의 창문을 깨고 혼자 탈출했다. 본인 말로는 탈출하기 전에 `불났다고` 소리를 한 번 질렀다고 한다. 2층 여자사우나의 정문은 자동문인데 고장이 나서 열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2층 비상구 앞에는 목욕 바구니가 쌓여 있어 이것이 문을 가렸다.

3층의 경우처럼 손님들의 탈출을 도울 직원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는 우연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우나 주인도 다음날 불이 날지 몰랐을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자동문이 고장 난 것과 비상구에 목욕 바구니를 쌓아놓은 것은 시설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고, 비상시 탈출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규칙을 어긴 것이다. 이것은 2층에서 많은 사망자가 나온 것에 대한 분명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사망자 10명은 열리지 않는 자동문 앞에서 발견되었고, 나머지는 탈의실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또한 1층에서 화재가 났을 때 1층의 스프링클러가 잠겨있어서 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나머지 층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는지는 논란이 있다. 한 언론에서는 전 층의 스프링클러가 잠겨있어 화재 당시 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보도하였지만 다른 언론에서는 1층을 제외하고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였다고 보도했다. 어쨌든 1층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처럼 큰 화재로 번지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이 스포츠센터는 1층이 필로티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런 구조의 건물은 1층에서 불이 날 경우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다고 한다. 이번 경우처럼 승강기가 굴뚝 작용을 해서 1층의 불이 위층으로 쉽게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건물의 외벽은 드라이비트라는 것을 사용하고 있는데, 불이 붙으면 유독가스가 나와서 이로 인한 질식으로 많은 피해자가 나온다. 실재로 2층에는 불이 번진 흔적이 없고 대부분의 피해자가 유독가스로 질식사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세월호 사건 이후로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고, 더불어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의 대응책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높다. 그래서 그런지 소방관들의 초기 화재 진압 대응이 옳았느냐 아니냐에 대해 언론과 네티즌들은 갑론을박 하고 있다. 하지만 소방관들의 대응을 논하기 이전에, 1층 (혹은 전 층의)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2층의 자동문이 제대로 열렸다면, 그리고 비상구 안내가 제대로 되었다면, 건물이 필로티 구조가 아니었다면, 건물 외벽이 드라이비트로 시공되지 않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29명이 사망하고 36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를 필연으로 만드는 원인들이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경찰은 건물주와 건물관리인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은 건물의 안전을 책임지는 관리자로서 소방시설을 부실하게 관리해 이번 화재로 많은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3층의 이발사와 같은 조력자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우연`의 영역이고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화재가 났을 때 어떤 결과를 낳을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우리의 안전을 우연에 맡기지 말고 건물주나 관리자들은 규정대로 건물의 소방 관리나 안전 관리를 하고, 정부도 이를 엄격히 감독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