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끝자락이 되면 그 해를 정리하는 각종 수식어들이 뉴스를 타고 전해진다. 그것이 개인이든 직장이든 사회든 특정집단에 대한 특성을 규정짓는다는 점에서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수신문이 발표하는 올해의 사자성어가 시대상황을 압축한 대표적 표현으로 자주 인용된다.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꼽았다. “사악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일련의 과정과 촛불민심을 이렇게 본 것으로 풀이된다. 올 한해 나라 안에서 가장 큰 사건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직장인에게 보이는 세상은 다르다. 취업포털 사이트가 직장인을 상대로 설문한 내용에서 뽑힌 사자성어는 다사다망(多事多忙)과 각자도생(各自圖生)이 많았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거나 “제각기 살길 찾기에 정신이 없었다”는 말이다. 먹고살기에 바쁜 직장인의 마음을 대변한 표현이다. 취업 포털이 이번에는 구직자들에게 물어봤다. 그들은 고목사회(枯木死灰)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았다. “죽은 나무나 재처럼 의욕이 없다”는 말이다. 청년 실업자들의 애절한 마음을 표현한 말로 새겨들을 만했다. 중국 사람들은 올해의 한자로 공유(共有)를 선정했다고 한다. 공유 자전거를 중심으로 중국에 불고 있는 공유경제(Scharing Economy)의 상징성을 드러낸 단어다. 일본인은 올해 일본사회를 상징하는 한자로 북녘 북(北)을 꼽았다고 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강행으로 일본인의 불안이 커졌다는 의미라 한다.

나라와 직장 등 각자 처지에 따라 한해를 정리하는 마음은 모두가 다 다르다. 한해를 되돌아보면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사자성어도 생각해 봄직하다. 며칠 남지 않은 한해를 보내면서 시간이 된다면 올해 부족했던 것과 아쉬움을 달랠 유종의 미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유종지미(有終之美)`는 “마지막을 잘 정리하자”는 뜻이다. 끝이 좋아야 모든 게 좋다는 말처럼 과정의 부족함이 있어도 마무리만 잘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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