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아이돌 그룹의 샤이니 멤버 김종현(27)이 세상을 떠났다.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인 그가 자살로 세상을 떠난 것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그의 열성적인 팬 수천 명이 서울 아산 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그의 조문 행렬이 2km에 달하고 그의 팬 중에는 눈물을 흘리며 조문 행렬에 가담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는 유언에서 자신에게 찾아온 `마음의 병`을 치료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영국 BBC, 미국의 ABC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K 팝 수퍼 스타가 떠났다”고 보도했다.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스타 뒤의 비극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하다.

심리 전문가들은 그의 자살 요인을 분석하고 있다. 고인의 무대 위의 `화려한 자신`과 무대 밖의 `외로운 존재`라는 자아의 괴리가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즉 그의 죽음은 `인기와 돈이 많은 환상적인 인물`과 `외롭고, 고통스럽고, 나약하고, 흔들리는 인물`의 간격의 결과라는 것이다. 결국 그는 수많은 팬들의 환상과 달리 누구에게도 자신의 고통을 호소할 수 없는 답답한 생활공간에서 자살을 택한 것이다. 그는 외면의 돈과 명예와 인기와는 별개로 그의 내면은 누구에게도 호소할 수 없는 고통으로 아노미적 자살에 이른 것이다. 그의 하루 17시간의 춤과 노래 연습이 자신의 병을 돌볼 겨를을 주지 않았다. 그는 결국 자기 부정과 비하, 종국적으로는 `무능 체험`까지 겪으면서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연예계 인기 스타의 화려한 가면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가따라다녔던 것이다.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SNS 공간에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들로 도배되어 있다. 그의 평소의 사생활은 낱낱이 소개되고 그의 유서 전문까지 공개되었다. 유감된 일이 아닐 수 없다. 몇 해 전 톱스타 최진실의 자살도 여러 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가 버렸다. 자살 연구자들은 이러한 모방 자살을 `베르테르의 효과`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처럼 비극은 주변에 쉽게 감정이입 시켜 또 다른 자살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 나라의 청년실업이 늘어나고 지나친 경쟁구조가 또 다른 청소년의 모방 자살을 초래할까 두렵다. 더구나 우리나라에는 우울증 환자의 자살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가 `자살 공화국` 이라는 불명예를 얻은 지 이미 오래이다. 우리나라의 자살율은 1년에 1만5천명에 이르러 OECD 국가 중 1위이다. 이 역시 우리나라의 국민 총생산(GDP) 세계 10위권이라는 외형 뒤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이다. 우리의 조급한 성취주의가 압축 성장의 경제 발전을 초래하고 정신적 여유는 아직도 뒤처진 결과이다. 우리는 과거 `은근`도 있고 `끈기`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사회 분위기는 조급한 출세 지향주의가 판을 쳐 `조급증 환자`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악의적 경쟁구조는 우리의 정신적 삶을 더욱 황폐화시킨 결과이다. 어쩌다 우리의 문화 예술계까지 정신적 여유를 찾지 못하는 허망한 구도가 되어 버렸다.

이번 인기 그룹 스타의 자살을 목도하면서 자살이 결코 개인의 탈선이 아닌 우리의 사회적 문제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자살은 개개인의 문제이고 심지어 개인의 운명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우리도 자살을 국가적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그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우리나라의 자살 시도자가 연 4만 명에 이르고 있다. 과거 자살율 1위였던 일본도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활발히 작동하여 자살율을 현저히 줄였다. 예산도 우리 보다 10배 이상 늘린 결과이다. 우리도 이제 자살 예방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 정신 보건 센터의 자살 예방 전문 인력부터 확보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