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섭

자학 같은 운동으로 출렁이면서

바람의 바람 끼도 받아주고

힘차게 포옹하는 햇살의 애무도 받아주고

보채듯 흔들리고 있음은

자신의 몸 세차게 채찍질하여

드디어 정수를 뿜어대며

꽃을 피우고, 순을 틔워

가난하고 어리석은 삶 살다 지친

길손 보듬어 가르쳐 주는 것이니

시인은 벼랑에 아슬아슬하게 선 나무를 유심히 눈에 가슴에 새기고 다시 꺼내보고 있다. 자학에 가까울 정도로 자신을 세찬 비바람에 내맡기고 흔들리면서도 넉넉히, 최선을 다해 정수를 뿜어대며 잎을 내고 꽃을 피우는 것을 보고 자신에게 깨달음을 던져주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세상에는 벼랑 위 같은 힘겹고 아슬아슬한 한 생을 살아가면서도 넉넉히 생의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를 피워내는 사람들이 있다. 시인은 벼랑의 나무를 보면서 그런 어기차고 단단한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