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해체연구소(이하 원해연) 설립을 놓고 경북과 울산, 부산시 간 유치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원해연은 그동안의 준비상황이나 입지조건 또는 당위성 등 어느 측면에서도 경주가 최적지다. 기술력 확보를 위해서는 촌각이 아쉬운 현안인 만큼 정부가 결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다. 극심했던 동남권 공항 유치갈등을 반면교사(反面敎師)한다면 과도한 경쟁으로 영남권 민심이 더 사나워지도록 질질 끌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경북도는 지난 2011년부터 국내외 최고 수준의 원자력 관련 산·관·학·연 전문가 풀을 구성해 원자력클러스터포럼을 운영해오고 있다. 경주 감포읍에 330만㎡규모로 조성될 원자력연구단지에 해체연구소를 선도사업으로 입주토록 하고, 전문가들이 도출한 자료를 기준으로 중앙부처 등을 상대로 경북 유치의 당위성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많은 희생과 고통을 감내하며 에너지 주권을 지켜온 만큼 경북 지역에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은 지극히 마땅한 일이다. 경북에는 국내원전 24기 중 12기가 가동되고 있고, 영덕 천지 1·2호기와 울진 신한울 3·4호기는 사실상 건설이 백지화됐다. 2030년 원전 12기 중 6기가 설계수명이 끝나 원전해체 우선대상 및 노후원전 최다보유지역이고, 다양한 유형의 원자로가 있어 효율적인 해체연구 및 기술개발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특히 경주는 원전 설계(한국전력기술), 건설·운영(한수원), 정비(한전 KPS), 방폐물 처리·처분(KORAD), 제염 및 핵연료 취급(원전 종합서비스센터) 등 원자력과 관련한 모든 기관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 만큼 원해연이 추가되면 국가 원자력 산업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고리원전 반경 30㎞ 이내에 전체 시민(120만여 명)의 94%가 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울산시는 원전 인근에 조성 중인 에너지융합산업단지(102만㎡) 내 3만3천㎡의 해체연구소 건립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첫 해체대상 원전(고리 1호기) 소재지라는 점 등을 내세우는 부산시는 기장군 고리원전 인근에 지상 1층, 연면적 1만200㎡ 규모로 해체기술 실증·인력교육 등의 기능을 가진 해체연구소 건립안을 준비해놓고 최적지임을 강변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6년 말 국토부에 타당성 검토를 지시하면서 공론화돼 오랜 기간 지나친 유치경쟁으로 지역정서를 어지럽혔던 `동남권 신공항` 유치갈등 악몽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다른 지역도 나름대로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원해연의 최적지는 `경주`다.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결정을 내려 기술력 증진을 위해 필요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다시 영남지역에 소지역갈등의 불씨를 키워 지역민들을 고달프게 만드는 패착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