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시군의 내년도 예산안이 의회에서 확정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예산삭감을 둘러싼 마찰로 잡음을 빚고 있다. 집행부는 의회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지나치게 예산을 깎아 내년도 사업에 차질을 주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의회는 의회 고유의 권한에 따라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했을 뿐이라고 대응하고 있다.

지난 18일 달성군의회가 달성군의 2018년 예산안 6천610억 원 가운데 253억 원을 삭감 의결하면서 집행부와 의회 간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달성군은 지난 6월 달성군 2017년 1차 추경 예산안 심의 때도 의회가 예산을 깎는 바람에 집행부와 갈등은 물론 주민들과도 마찰을 빚는 불상사가 있었다. 당시 추경예산과 관련해 달성군 논공·현풍·유가 등 주민들이 달성군의회를 점령, 항의 농성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달성군 의원을 “자유한국당 꼭두각시”로 규정, 퇴진을 주장하다 급기야 군의원 8명이 현수막을 내건 주민을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하는 불미스런 일까지 벌어졌던 것이다.

지방의회는 조례제정이나 예산 심의 확정, 결산 승인 등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 집행부를 견제하고 관리 감독하라는 취지다. 모든 민주적 방식의 의회제도는 협의와 소통을 통한 경영방식이다. 어떤 일방의 힘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그것이 바로 정치력이다.

달성군은 지난 5월 문체부가 추진하는 `2017년 지역특화 스포츠 관광산업육성 공모사업`에 선정돼 예산의 일부를 교부받았으나 의회의 예산승인이 이뤄지지 않아 국비를 반납해야 하는 일도 있었다. 이번 예산의결 과정에서도 군의회는 선심성 사업과 과도한 행사, 사업 타당성 미확보 등의 불필요한 예산은 막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재생사업의 경우 국비와 시비 매칭사업인 점을 고려하지 않아 국비확보에 나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달성군의 대표적 문화축제인 `100대 피아노 콘서트` 행사예산의 삭감도 전향적 자세가 부족한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 집행부도 군의 미래를 위한 사업구상에 의회와 더 많은 소통이 있어야 한다. 달성군은 급격한 인구 유입 등으로 행정 수요가 늘어나는 곳이다. 의회와 집행부가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 아쉽다.

내년도 예산 1조 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알려진 김천시의 경우도 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1조 원 돌파가 무산됐다고 한다. 의회는 애초 김천시의 무리한 예산편성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으나 역시 소통이 부족했던 것이 원인일 것이다.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한 이 시기에 집행부와 의회의 갈등이 힘겨루기로 비쳐져선 안 된다. 힘의 균형 속에서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피해가 발생한다면 피해자는 주민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야 불신을 받더라도 지방자치만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