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창구<br /><br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우리의 생존과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다. `안보`는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경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관계`는 우리의 안보와 경제발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두 개의 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둘이 항상 원활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한국의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경제보복에서 알 수 있듯이, 한미동맹과 한중관계는 당사국 외의 다른 요인들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데, 이 가운데 가장 큰 변수는 `북한`과 `미중관계`이다.

북한은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전략적 가치가 매우 크다. 북한의 체제붕괴는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에 바로 위협을 주게 된다는 인식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지속적 도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유엔제재에 상당히 소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을 환영할 수도 없지만 북한체제의 붕괴는 더욱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미중관계 역시 한중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미중관계가 협력적일 때는 한중관계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지만 양 강대국이 북한의 핵문제나 지역패권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경우에는 우리의 전략적 선택이 어려워진다. 중국의 북핵에 대한 입장은 원론적 수준의 반대이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의 핵과 ICBM은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용인할 수가 없다.

더욱이 최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2050년까지 종합국력과 국제영향력에서 세계최고가 되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천명했다. 반면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세력팽창을 견제하기 위하여 중국과 갈등관계에 있는 인도를 끌어들여 `인도-태평양 라인`으로 기존의 `아시아-태평양 라인`을 전략적으로 수정했다.

이는 향후 미중간의 `세력전이(power transition)를 둘러싼 패권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외교환경은 G2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충돌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는 변수까지 개입되고 있어서 매우 복잡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전략환경에서 우리의 생존을 확보하고 경제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해 당사국들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아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한국외교의 진로는 무엇인가. 이상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안보`와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는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강대국이 지배하고 있는 국제정치의 현실에서는 그러한 전략 목표가 반드시 우리의 의도대로 성취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미중 패권경쟁시대의 한국외교는 장기적 관점에서 이상을 추구하되 단기적으로는 현실의 위기를 직시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볼 때 한국외교의 최대 당면과제는 북한의 핵위협에 실효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더욱이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미중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충돌함으로써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환경에서는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안보)가 `잘사느냐 못사느냐의 문제`(경제)보다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미국과의 동맹외교`가 `중국과의 전략외교`보다 우선돼야 한다.

또한 장기적 차원에서는 우리에게 바람직한 외교환경, 즉 한반도 평화와 안정적인 미중관계를 위하여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일환으로서 우리는 미중갈등을 완화하고 협력이 증진될 수 있도록 `중개외교(bridging diplomacy)`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현재 일부 학자와 정치지도자들 사이에서 담론(談論)의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는 `동아시아공동체` 건설에 주도적 역할을 함으로써 `지역평화의 제도화`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