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주 해군기지 공사를 지연시킨 전문 시위꾼들을 대상으로 제기했던 34억여 원의 구상권 청구소송을 철회키로 한데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지난 정권의 불법을 낱낱이 까뒤집고 있는 새 정부가 느닷없이 특정 범법자들에게 청구된 거액 구상권을 포기하면서 `법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흔들리고 있는 국민 법 감정에 대한 마땅한 대책이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민·군 복합항인 제주 해군기지는 2010년 1월 착공 직후부터 일부 주민과 외부에서 몰려온 상습 시위꾼의 방해로 14개월간이나 공사가 중단됐었다. 일부 시위자는 해군을 향해 `해적`이라고 폄하하고 해군 장교를 폭행하기도 했다. 정부는 나아가 형사처벌을 받은 465명을 사면하는 방안까지 검토한다고 한다. `법치농단`이요 `배임`이라는 악평까지 나돈다.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잇따라 제기되는 지적들은 결코 간단치 않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이 물어야 할 손해 배상금을 국민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점이다. 해군은 당초 불법시위대에게 공사 지연에 따른 피해배상금 중 34억5천만원을 청구했다. 정부에 청구된 전체 피해보상금은 삼성물산 360억원을 비롯 포스코건설, 대림건설 등 500억원 규모다.

국방부는 건설사에 줄 배상금 재원으로 방위력개선사업을 전용키로 했다. 북한의 도발에 맞서 첨단무기를 도입하거나 구매하는 데 써야 할 소중한 돈을 불법 시위세력에게 부과된 구상금을 메꿔주는 헛돈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재판 시작 전에 이미 소송 취하를 생각을 하고 있었고, 대통령의 공약 때문에 소송은 시늉이었다는 뒷얘기까지 나온다.

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애초 소송을 철회하는 조건으로 시민단체 측에 불법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등을 받기로 내부방침을 정했지만, 강제 조정안에 전혀 담지 못했다고 한다. 반미 불법 시위꾼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앞길까지 터준 격이다. 시위를 주동하고 앞장서온 활동가들은 드디어 `명예회복`과 `사면`을 주장하고, 정부쪽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의 구상권 철회 결정으로 혜택을 보게 된 개인 116명 중 마을주민은 31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국책사업이 진행되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반대 활동을 하는 전문 시위꾼들이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이 잘못됐다는 새로운 결정도 없고, 시위꾼들의 시위도 그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왜 정부가 죗값을 털어주는 것인가. 작금 가혹한 정치보복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통합` 운운은 설득력이 없다. `편 가르기 정치`, `지지세력 봐주기` 말고 다른 해석이 유효하지 않다. 공평성이 깨진 법은 법이 아니다. 이 혼돈을 해소할 무슨 뾰족한 대책이 있는지 거듭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