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br /><br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교수님 큰일 났어요”

전화 너머로 속이 바짝바짝 타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제자의 컴퓨터를 잠시 빌려 사용한 후 다시 제자가 컴퓨터를 쓰다가 모든 파일이 잠겨 버리는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누구의 잘못인지 모른다. 그저 이메일로 들어오는 이름 모를 파일을 클릭하면 감염된다는 악성코드 랜섬웨어(Ransomware). 사람을 납치한 후 몸값을 요구하는 랜섬(ransom)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랜섬웨어가 최근 극성을 떨치고 있다.

랜섬웨어는 컴퓨터 시스템을 감염시켜 접근을 제한하고 일종의 몸값을 요구하는 악성 소프트웨어의 한 종류다.

컴퓨터 접근이 제한되기 때문에 제한을 없애려면 해당 악성 프로그램을 개발한 자에게 암호를 풀 수 있는 키를 받기 위해 돈의 지불을 강요받게 된다.

시스템을 잠그고 암호화 됐다고 협박 한 후 컴퓨터 사용자가 돈을 지불하게 만들기 위해 안내 문구를 띄운다.

제자의 경우는 600만원을 내라는 협박을 받고 있고 제3자를 통해 고치려고 시도를 하면 지불해야 할 돈이 올라가거나 데이터를 영원히 파괴한다고 협박을 한다.

이 돈을 지불한다고 해도 데이터가 돌아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서버를 해외에 두고 수시로 이메일이나 서버를 바꾸는 수법으로 수사망을 피하면서 컴퓨터 사용자를 울리고 있다. 어떻게 세상에 이런 나쁜 사람들이 있을까? 소문은 들었지만 막상 제자가 당하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치를 떨었다. 이러한 전 세계적 랜섬웨어를 통한 대량해킹은 인터넷 세계의 사이버 아마겟돈으로 불려진다.

특히 올해 5월에는 사상최대 규모의 랜섬웨어 공격이 발생하기도 했다. 작년 해커들에게 탈취당한 미국국가안보국(NSA)의 해킹 툴을 활용한 `워너크라이(WannaCry)`라는 랜섬웨어는 유포 하루 만에 전 세계 100여 개국 10여만 대 이상의 컴퓨터를 감염시키며 전 세계를 사이버테러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러한 랜섬웨어의 공격을 보면서 북한의 모습을 생각나게 하는 건 우연은 아닐 것이다. 문제를 만들어 놓고 해결하려면 돈을 내라고 하는 모습이나, 제3자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면 멸망시키겠다는 모습도 기가 막히게 닮았다.

호시탐탐 적화통일을 위해 테러를 자행하고 핵을 개발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를 하기 위해서 돈을 내놓으라고 하고 핵개발을 중지하는 대가로 엄청난 돈을 요구한 적도 있다. 한국이 미국, 일본과의 연대로 방어적 군사강화를 하는 것에 대해 더 큰 공격을 할 것이라고 협박을 하는 것도 랜섬웨어의 협박과 똑같다.

그런 의미에서 랜섬웨어 해결책으로 북한문제 해결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우선 인터넷을 차단하라는 주문이다. 이는 북한을 고립시킨다는 미국이 주도하는 정책과도 일맥 상응한다. 인터넷이 차단되면 결국 아무런 일도 못하게 될 것이고 북한도 고립이 된다면 결국 손을 들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또 해킹에 대비한 강력한 해킹 제어 프로그램을 심어서 강한 수비력을 키우자는 것도 현재의 한미일 동맹국의 군사훈련과 군사강화를 통한 대응책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가장 흥미로운 것은 공갈에 굴복하지 말자는 것이다. 랜섬웨어에 굴복해 돈을 보내면 돈의 갈취가 습관화 될 것이다. 지금 북한의 공갈에 굴복해선 안 된다. 당장은 데이터를 모두 잃을 지라도 랜섬웨어에 굴복하지 않을 때 그들은 결국 물러설 것이다. 북한의 공갈에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제자는 오늘도 해결책을 위해 싸우고 있다. 돈을 보내지 말라는 주문을 하면서 필자도 여기저기 해결책을 알아보고 있다. 결국은 해결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북한문제도 우리의 강한 의지로 결국은 해결될 수 있다.